[여성의창] 강아지와 나
2019-01-31 (목) 12:00:00
인천행 열차를 탄 적이 있다. 기차에 탄 개의 얼굴이 옆에 앉아 있는 주인 청년의 특이한 얼굴과 너무 비슷해 의아했다.
나도 한마리 키우고 싶어 강아지를 데리고 온 첫날 밤이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계속 강아지가 울기 시작했다. 옆집 사람의 전화가 한밤중에 울렸다. “간호사인 제 아내는 노이로제 증상이 있습니다. 제발 개 우는 소리를 멈추게 해 주십시오.” 남편은 궁여지책으로 큰 공을 갖고 왔다. 공이 움직이면 수류탄으로 착각해 조용해진다는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었다. 목욕실 창문으로 바람이 불 때마다 큰 배구공이 움직였고 강아지는 몸을 떨었다.
남편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 강아지를 가슴에 안고 젖병으로 우유를 먹였다. 그제서야 강아지는 젖을 빨았다. 얼마 후 강아지와 난 서로 안고 잠이 들었다. 나의 따뜻한 가슴 체온이 강아지에게 전해진 것 같았다. 이제는 나를 자기 어미로 보는 듯했다. 이 진돗개와 같이 공원을 걷고 있으면 보는 사람마다 나와 많이 닮았다고 인사를 건넨다.
그렇게 이태가 넘었다. 아들보다 어렸던 강아지가 이제는 아들을 보호하려고 나섰다. 강아지를 차 뒤에 태우고 아들과 함께 도서관에 같이 간 적이 있다. 강아지는 도서관 문 입구에서 꼼작도 안하고 아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려 했다. 아무리 목에 있는 줄을 끌어당겨도 소용이 없었다. 그제서야 개고집이 얼마나 센가 알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 강아지는 당뇨병에 걸렸다. 목덜미에 있는 피부 가죽을 잡아올린 후 인슐린 주사를 하루에 두번씩 주었다. 주사를 주어도 눈이 멀었다. 운동을 하러 집 밖에 나가면 커브 벽에 자주 부딪쳤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안락사 주사를 주라는 직장 동료의 조언을 들을 때마다 인위적으로 빨리 죽이는 것 같아 고민했다. 더 이상 고통을 주지 않으려고 다음날 병원에 가 잠오는 주사약을 주기로 작정하던 바로 그날 밤 강아지는 생을 마감했다.
강아지는 우리 가족에게 충성을 다했다. 내게 많은 것을 배우게 하려고 얼굴까지 닮은 꼴이 되어 나타난 것 같다. 솔직히 강아지의 눈이 크고 초롱초롱했기에 내 눈에는 아주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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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씨는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UCSF 약학대학 프로그램을 수료했으며, 북가주에서 현재까지 36년간 약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 소설 ‘잎새 위의 이슬’(필명 김수진)을 출판한 작가이자 버클리문학회원, 샛별장학재단 설립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