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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선 칼럼]맞춤형 TV 광고

2019-01-29 (화) 03: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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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공중파 상업방송에 나오는 TV 광고까지도 맞춤형이 된단다. 와! 인터넷은 그런다 치더라도 공중파 TV 까지? 하긴 둘이 서로 짝짜꿍이 되어 Netflix다 Hulu다 인터넷과 TV 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내용물을 공유하다보니 못할 바도 아니겠다.

인터넷은 이미 나를 나보다 더 잘아는것같다. 사무실 컴퓨터를 켜면 내가 생각하던 물건들이 광고로 나온다. 새로 나온 아이패드, 순수한 나무로 만든 커다란 책상, 칼라 레이저 프린터 등등 바꿀 때가 되었지 하는 물건들이 모니터에 번쩍번쩍한다.

한동안 이런 것들이 싸구려만 오더니 요즈음은 제법 비싼 게 올라온다. 스테이풀스 나 오피스 맥스가 아닌 듣도 보도 못했던 상품이름들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게 집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가끔 집에 오는 녀석의 첫 번 과제가 컴퓨터 정리다. 엉망이된 컴퓨터 Data를 우선 차곡차곡 쌓는다. 뭔지도 모르고 덜컥 다운로드 시켜놓은 못된 프로그램을 삭제한다. 그리고 컴퓨터를 굼벵이로 만들어놓는 악성 바이러스를 지워준다.

그러자니 컴퓨터에 떠오르는 광고를 녀석이 보게 된다. “이렇게 똑같은 광고가 계속 나오는데 어떻게 이게 시작 된 건지 나도 모른다.” 녀석은 대꾸도 없이 하던 일만 계속한다. 그게 더 곤욕이다.

꼭 4명의 모델이 나온다. 아주 젊고 아주 예쁘고 나무랄 데 하나도 없는 이런 여인들을 그냥 보여준다. 옷은 입기나 했는지 아닌지 두눈 비비고 보아야한다. 무언가를 사라는 광고도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건지 모른다. 그냥 사람의 눈길을 끌어주는 지남철 같은 그런 것?

앞으로 본격적으로 진행될 맞춤형 광고가 과연 어떤 것들이 우리들 TV에 나올지 한번 생각해본다. 나를 나보다 더 잘안다하니 내나이쯤 알고 있는 것은 기본의 기본이겠다.
어쩌면 치아광고가 많이 나오겠다. 멀지않은 장래에 이빨을 심어주는 기술에 도달할거라고 선전한다. 지금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런 임플랜트가 아니라 이빨의 씨라고 할까 그런걸 심어주면 자연적으로 이빨이 자랄 수 있다는 그런 정보. 치아색깔도 유행 따라 시시각각 바꿀 수 있는 여기저기 네일 Salon 같은 치아 Salon 선전도 있을 거다.

보청기에 관한 광고도 제법 나올 것 같다. 그리고 눈. 이 분야는 제법 신경을 쓰게 될 거다. 시력을 고치는 건 물론 안경에서 나오는 댓가는 아마 무한대일거다. 시대에 맞추어 유행 따라 강남 따라 치장하는 사람의 심정을 교묘하게 유도하며 광고를 해댈 거다. 비싼 TV로 보는 집에는 명품안경을 선전할거고 값싼 TV로 보는 가정은 코스코나 월마트로 보낼 거다.

오랜 성상을 버티게 해준 삭신에 보답하는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 선전도 꽤나 있을 거다. 젊어지는 약, 피부가 보드라워지는 약, 이런 약 저런 약. 그리고 넌 꺼져! 바이아그라에게 한바탕 호통 치며 처방 없이 동네 구멍가계에도 있다고 간드러지게 선전하는 그런 약종류.

Senior Housing 이라던가 Reverse 모기지라던가 하는 광고들도 제법 나올 거다. 노년을 좀 더 편안하게 어쩌고 하면서 잠자는 돈 있으면 그 잠을 깨워서 세금혜택까지 보며 그걸 늘릴 수 있다는 선전도 나올 거다.

가만, 그러고 보니 누구 우울증 환자 만들일 생겼나 나온다는 게 약장사아니면 늙어서 어쩌고 늙어서 이렇고 뿐이다. 안되겠다. TV와의 전쟁을 선언한다. 우선 Yelp와 친해진다. 그리고 인터넷 구글에서 20대 30대들이 하는행동 원하는 물건 유행하는 말들 이런것들을 하다보면 TV라고 별수있나 감쪽같이 속지 않을까?

비듬을 없애는건 물론 머릿결까지 아름답게 해주는 샴푸. 동네에 새로 생긴 최신 Trendy Breweries. 요즘 유행한다는 유럽형 멋진 하이힐. TV의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생동감이 넘친다. 싸움 한번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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