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해에 바라는 것

2018-12-31 (월) 이영묵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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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바라는 것

이영묵 수필가

1980년 4월 미국 특공대가 이란에 인질로 잡혀있었던 대사관 직원 70여명을 구출 시도했으나 특공대 작전실패로 8명의 특공대 대원만 사망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가뜩이나 이란에 인질로 잡혀있는 모습을 TV로 보아오던 미국시민들의 좌절감, 모멸감, 수치심이 대단했던 사건이었다.

이로부터 얼마 후 구찌(Gucci) 입 셍로랑(Yves Saint-Laurent) 등 소위 7 인의 유행을 주도하던 사람들이 만난다. 그리고 대화를 나눈다.

‘이번 이란 구출작전 실패에 미국인들의 실망이 대단할 거야’ ‘그렇겠지, 미국인들은 무슨 생각들을 할까?’ ‘그거야 서부 개척시대에 모험 정신 개척 정신을 생각하면서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아닐런지?’ ‘그래, 그래 그러니 당분간은 서부개척시대에 대한 향수가 유행의 주류를 이루겠지’


이렇게 7명의 사람들이 만나서 나눈 단순한 이야기인 듯 했지만 그로부터 얼마 후 백화점의 진열대에는 새로운 유행 상품이 홍수를 이룬다.

그 유행 상품이란 구두는 부츠, 바지는 청바지, 혁대는 커다란 버클에 폭이 큰 가죽, 셔츠는 가슴에 장식 술이 달리고, 모자는 커다란 챙의 카우보이 스타일 모자가 홍수를 이뤘다. 그러면서 동시에 영화는 서부영화, 음악은 컨트리 송, 그리고 갑자기 승마도 유행하고 땅따먹기 운동인 풋볼의 열기도 달아 올랐다.

당시에 일어났던 이러한 현상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시민의 마음을 읽고 미래를 여는 분들의 말을 시민들은 경청하고 그리고 이해하고 또 공감하면서 그 큰 흐름에 동참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란 것이 바로 40 여년 전의 일이었고, 패션계, 영화계, 음악계, 스포츠계 등 전 사회에 걸쳐서 일어났던 현상이었다.

이제 우리는 2018년을 보내고 2019년을 맞이하는 문턱에 섰다. 사실 따지고 보면 2018년이란 해는 되돌아보기도 싫은 해였다. 미국의 현 정치꾼들은 분열과 상호 증오를 조장하면서 이를 통하여 선거에서 얻을 수 있는 표계산이나 하느라고 위대한 미국, 아메리칸 드림을 망가트렸던 일 년 이었다.

한국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라고 할 정도로 골통수구와 종북좌파 간의 싸움, 그리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인 이마에 띠를 두르고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기만 하고 있는 무슨 시민단체인지 무엇인지 하는 데모꾼들… 이런 사회현상으로 한해를 보낸 것이라면 너무 과장일까?

우리는 이제 2019년 새해를 맞이 한다. 과거 역사에서 배워야 한다는 말처럼 40년 전에 있었던 사회 흐름과 역학의 패턴을 배워야 한다. 그것은 흑백논리에 함몰되지 않고 미래를 여는 분들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대를 이루며 스스로 밝은 미래를 열자는 것이 아닐까?

2019 아침에 이제는 직설적인 설득이 아니라 나누는 대화 속에서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공감대를 이루도록 끌어내는 이러한 방법의 미래를 여는 혜안을 가진 분들, 집단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이영묵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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