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정훈 기자의 앵콜클래식] 웰 컴 살로넨!

2018-12-21 (금)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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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의 앵콜클래식] 웰 컴  살로넨!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에사 페카 살로넨(Esa Pekka Salonen)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살로넨은 2020년부터 향후 5년간 SF 심포니를 떠나는 마이클 틸슨 토마스(MTT)의 공백을 대신할 예정이다.

E. P. 살로넨은 옆 동네 LA 필에서 17년간 음악감독을 맡았던, 베이지역 팬들에게도 낯익은 지휘자이다. 달라진 심포니의 모습을 기대한 팬들에겐 다소 ‘돌려막기식 영입’이었으나 25년간 MTT에 길들여진 심포니의 사운드를 이어받을 수장으로서, 살로넨은 일단 합격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글로벌 클래식 정보 사이트 바흐 트랙(Bach Track)은 2015년 정보에서 세계 톱 지휘자 순위에서 살로넨을 8위로 선정한 바 있다. 현 LA 필의 두다멜이나 MTT 등이 10위 권 안에 들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살로넨의 지휘 실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다만 같은 동네 출신, 그 나물에 그 반찬이라는 점에서 대폭적인 물갈이와 혁신을 기대하는 층에서는 실망이 나올 수 있지만 전세계적인 지휘자 난을 고려할 때 살로넨의 영입은 오케스트라의 내실을 다지고 점진적 개혁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포니의 내부는 일단 고무되고 있는 분위기.

살로넨은1992년 부터 LA 필에서 17년간 상임지휘자로 활약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쌓은 지휘자로서 현 60세다. 작곡을 겸업하고 있어 음악성이 뛰어나며 21세에 이미 지휘자로 데뷰한 천부적인 재능의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살로넨의 음악은 세부적이면서도 내적 충실도와 절도 있는 지휘력이 장점이다. MTT만큼 화려한 지휘 스타일은 갖추고 있지 않지만 깊이 있는 해석과 박력의 측면에 있어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살로넨은 마이클 틸슨 토마스(MTT) 가 닦아놓은 화려하고도 세련된 음색의 SF 심포니와의 만남에 흥분된다고 기대감을 표하고 있지만 앞으로 펼쳐질 SF 심포니와의 궁합은 아직 미지수.

영국의 음악 평론가 노먼 레브르헤히트는 1950년대 이후 출생한 지휘자들 가운데 거장으로 거론할 수 있는 지휘자로 사이먼 래틀, 리카르도 샤이 그리고 정명훈, 에사 페카 살로넨 등을 꼽은 바 있다.

살로넨은 작곡 분야에 있어서도 지휘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데 ‘관현악을 위한 LA 변주곡’, ‘색소폰 협주곡’ 등은 그의 대표작이며 그 밖에 ‘바이올린 협주곡’ 등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살로넨이 지휘자로 성공신화를 쌓아가게 된 계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1983년 마이클 틸슨 토마스가 상임 지휘자로 있던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에서 MTT의 대타로 말러의 교향곡 3번을 지휘하고서 부터였다.

당시 청중과 필하모니아의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살로넨은 이를 계기로 필하모니아, LA 필 등과 인연을 이어오다가 1992년 LA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부임, 2009년까지 활동했다. 핀란드 출신의 살로넨은 헬싱키의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피아노·호른·작곡·지휘 등을 공부했다.


거장 요르마 파눌라를 사사한 그는 1979년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에서 지휘자로 데뷰했고 1983년 지휘자 유카 페카 사라스테, 플루티스트 오일리 포흐욜라 등과 더불어 현대음악 전문 연주단체 ‘아반티 체임버 오케스트라(Avanti! Chamber Orchestra)’를 결성하기도 했는데 아반티 챔버는 현재 임마누엘 엑스 등 세계적인 거장들이 활약하고 있는 단체. 같은 해 9월 마이클 틸슨 토마스를 대신하여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에서 말러의 교향곡 3번을 지휘, 필하모니아의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살로넨은 1992년에 LA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사실상 세계적인 지휘자로 등극했다.

SF 심포니는 MTT와 25년간 동거 기간동안 사운드 측면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달했다고 자체 진단하고 있다. 2009년 도이치 그라마폰이 발표한 오케스트라 순위에 있어서도 세계 13위에 랭크될 만큼 경쟁력을 갖춘 오케스트라로 성장했고 MTT와 함께한 음반들도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그래미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을 인정받았으며 ‘사운드 박스’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오케스트라의 영향력을 확대하는데도 크게 공헌했다.

문제는 MTT가 장기 집권 하는 동안 관객 동원의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고 특히 젊은 층, 인터내셔널 도시답지 않게 다양한 계층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실패한 것이 MTT 사임의 직접적인 동기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륜과 음악성이 절정에 오른 살로넨이 SF에서 어떤 면모를 보여줄지, 1월 18일부터 3일간 SF 심포니에서 차기 상임지위자로서 첫 선을 보이는 연주회에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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