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럴 거면 왜 날 낳았나요?”… 부모의 양육부실을 고소한 12소년의 생존투쟁

2018-12-14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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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퍼나엄’(Capernaum) ★★★★ (5개 만점)

“이럴 거면 왜 날 낳았나요?”… 부모의 양육부실을 고소한 12소년의 생존투쟁

자인(오른쪽)은 본의 아니게 어린 요나스를 돌보게 된다.

가난과 힘든 삶에 견디다 못해 부모를 상대로 자기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것과 함께 양육 부실을 고소한 베이루트의 빈민가에 사는 12세난 소년 자인의 감동적요 충격적인 드라마로 레바논의 여류 네이딘 라바키의 작품이다. 자인의 고난과 생존 투쟁을 보면서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이 되는데 보고나서 가슴에 시퍼런 멍이 드는 느낌이 온다. 제76회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 부문 후보작.

베이루트의 빈민가와 거기에서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기록영화처럼 보여주는데 인정사정 없고 가혹할 정도다. 감독의 확고부동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로 특히 자인역의 자인 알 라페아의 연기가 신동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경탄스럽다.

사람을 칼로 찌른 혐의로 옥에 갇힌 자인이 부모를 상대로 고소한 원고로 법정에 출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의 과거가 플래시백으로 서술된다. 자인의 부모는 동네 교도소에 약물을 반입시켜 먹고사는데 자인이 사랑하는 11세난 여동생 사하르(세드라 이잠)를 닭 몇 마리에 나이 먹은 사람의 신부로 판다. 이에 분노와 슬픔에 젖은 자인은 지옥 같은 집을 탈출해 빈민가에서 뜨내기 삶을 산다.


생존력의 화신이요 생존 기술이 뛰어난 자인의 빈민가에서의 삶이 참혹하지만 흥미 있게 묘사된다. 빈민가에서 자인을 따뜻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디오피아에서 이제 막 걷기를 시작한 어린 아들 요나스(트레저 방코레가 어찌나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는지 감탄스럽다)와 함께 밀입국한 라힐(요르다노스 쉬페라의 연기가 좋다). 자인은 여기서 자기 집에서 경험하지 못한 라힐의 인자함과 따스한 가슴에 아픈 상처를 달랜다.

라힐은 자인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요나스를 카트에 숨겨 일하러 나갔으나 이젠 자인이 요나스를 친 형처럼 돌본다. 그런데 어느 날 라힐이 가짜 신분증을 살 돈을 마련하러 나간 뒤 돌아오지 않으면서 자인은 요나스를 혼자 돌보게 된다. 라인은 억지춘향 격으로 요나스의 보모 노릇을 하게 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길에 나가 요나스를 내버리고 달아나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다.

감독이 너무나 빈민가와 나오는 주요 인물들의 참담한 모습에 무게를 주어 때로 중압감을 느끼게 되지만 그들에게 연민의 정을 보이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끝이 다소 지나치게 교훈적이다.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난데 특히 시종일관 웃지 않는 표정을 지닌 알 라페아의 성숙하면서도 순진한 연기가 볼만하다. 제목은 원래 이스라엘 갈릴리 북쪽 해변의 어촌 이름. 이 것이 쌓인 쓰레기 잡동사니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R 등급. 로열(11523 Santa Monica Blvd.)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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