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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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 영산회상불보살

2018-12-13 (목) 12:00:00 손화영(가야금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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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악계에 종사하시는 몇몇 분들과 우리 음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한 적이 있다. 특히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은 저마다 비슷한 생각을 한번씩 하는데 현대음악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좋고 사물놀이, 민요 등 흥겨운 속악도 좋지만 정작 영산회상과 수제천, 종묘제례악 등 전통 중의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일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그러다보니 정작 한국인들은 음악에 대한 기준이 서양음악화되어 한국음악은 어떤 종류가 있는지 우리 국악기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우리의 음계는 어떠한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2현 전통가야금 또한 정악가야금(법금)과 산조가야금 두가지로 나뉘는데 가야의 가실왕이 우륵을 시켜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가야금의 원형이 바로 법금에 가깝다. 생긴 것에서부터 한눈에 보기에 차이가 있는데 두개의 다른 종류의 나무를 붙여 만든 산조가야금과 달리 정악가야금은 오동나무 한 통의 속을 파내어 만든다. 가야금의 위가 둥근 것은 하늘을, 가운데가 빈 것은 세계의 공허함을 나타내고 12달을 상징하는 12줄은 양의 머리를 닮은 양이두에 고정한다. 이 법금으로 느리고 묵직한 선율의 궁중음악, 정악을 연주한다.

바르고 정대한 음악이라는 뜻의 민속악의 대비되는 개념의 정악을 연주하는데에 작고하실 때까지 평생을 바치신 대학 은사님이 계신다. 음악을 함에 있어 화려함만을 좇아서도 새로움만을 추구해서도 안된다시며 지루하고 재미없다 여기던 정악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주시려 무던히도 애를 쓰신 고마운 분인데 단순히 음악에서만 바른 음악을 추구하신 분이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바르고 청렴하신 생활로 직접 아름다움을 실천하신 타의 귀감이 되는 분이었다.

선생님께서 낮고 아름다운 소리로 타시던 영산회상은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相佛菩薩)’이라는 불교 성악곡이었으나 노래는 사라지고 9곡의 기악곡으로 현재 남아있다. 연주자들은 연주 중 무심의 상태로 청중을 의식하지 않고 시종일관 아정하고 단아한 소리를 낸다. 이 영산회상의 이해에 청중들 뿐만 아니라 연주자들도 쉽사리 그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 무심히 흘러가는 듯 하지만 그 안에 역동적인 면이 있으며 자연과 동양의 정신도 그 선율로 그렸기 때문이다. 이 선율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이곳 미국 땅에도 영산회상의 아름다움이 퍼져 울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손화영(가야금 연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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