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건강한 돼지
2018-12-04 (화) 12:00:00
최은영(섬유조형 작가)
밤 11시가 넘어가는데 입이 심심하다. 연휴 전에는 야식의 유혹을 잘 참았었는데, 연휴에 여행을 다니는 동안 조절 못한 후유증이 심각하다.
SW엔지니어로 일했던 10년 동안 나의 체중은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곤 했었다. 불규칙한 식습관과 스트레스 그리고 야근으로 인한 운동 부족으로 체중이 늘어나도, 프로젝트가 좀 한가해진 틈을 타 운동을 열심히 해 10 kg 정도는 쉽게 빼곤 했었다. 하지만 하루에 몇시간씩 운동을 할 수 있던, 젊었던 그때와 달리 나이먹고 또 챙겨야 할 가족이 있는 지금은 운동도 더 효과적으로 해야만 한다. 요즘은 1시간만 해도 엄청난 양의 땀을 흘리는 HIIT와 같은 고강도 운동을 좋아하는데, 단시간에 많은 운동 효과를 낸다는 것말고도 ‘오늘도 운동을 열심히 했구나’ 하는 뿌듯함과 ‘나는 아직 살아있다’라는, 강력하고 활기찬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강도 운동으로 단단한 근육과 건강한 몸을 유지하고 계시는, 환갑을 훌쩍 넘긴 어르신들은 그 건재함으로 나에게 자극을 준다.
헬스 클럽에는 혼자서 혹은 같이 운동하며 땀을 흘리는 사람들도 가득하다. 그룹 클래스에 참여한다면, 열심히 자기자신과 싸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의지박약을 극복하는 강력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카리스마 있는 강사의 리드와 흥겨운 음악에 맞춰 다들 똑같은 동작들을 하고 있노라면, 흥이 올라가다가 점점 고조되어 대중의 광기 비슷한 흥이 오르고, 내 몸은 그저 음악과 구령에 맞춰 따라가기만 하는 무아지경에 이르는 느낌이 든다. 운동하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행복하고 유쾌하다. 땀을 흘리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난 사람들이어서 그럴 것이다. 이래저래 운동을 못한 날은 나도 기분이 좀 처지고, 마치 숙제를 끝내지 못한 찜찜함 같은 기분이 든다.
운동을 좋아하고 열심히 하는 이유가, 전에는 체중조절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다. 몸매 같은 겉모습보다 나 스스로 가뿐하고 건강하다고 느낌으로 살고 싶기 때문이다.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사람을 요즘은 ‘건강한 돼지’라고 칭하는데, 나 역시 행복하게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건강한 돼지’를 앞으로도 유지하려 한다.
<최은영(섬유조형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