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등학생의 갑질 폭언

2018-12-01 (토)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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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어머니, 눈물이 편지를 적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한국전에 참전키 위해 비행훈련을 받았습니다. 한국인들은 지금 두려움 없이 삼천리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드디어 제게도 미력이나마 보탤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저보다 승무원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것은 조국이 언제나 저에게 부여한 의무와 책임입니다. ”

한국의 미 참전용사 보은행사에서 공개된, 한국전에 참전했다 숨진 미국의 벤플리트 장군 2세가 생전에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미국의 장성들은 이처럼 금쪽같은 자녀들을 훌륭하게 교육시켜 국방의 의무를 철저히 지키도록 한다.

자식으로 하여금 지도층의 책임을 강조하는 ‘노블리제 오블리주’ 정신을 갖도록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6.25동란 때 미군장성 142명의 아들이 기꺼이 전쟁에 출전했다 35명이 전사하거나 부상당한 사실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상당수 지도층 부모들이 어떻게든 자식의 병역을 면제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 비공개 자료에 따르면 고위층 아들 85명이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허리디스크, 탈구 등의 병명을 만들거나, 부모가 힘센 기관에 전화해서 자식의 병역의무를 면제받게 만들었다고 한다. 지도층이 이런 상황이니 돈 없고 힘없는 가정은 자식을 군대에 보내면서 자신들의 처지에 한탄하게 되는 것이다.

내 자식만 아는 부모들의 일그러진 교육관은 결국 사회전반을 어지럽히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몇 해 전 온 나라를 들끓게 한 대한항공 오너의 두 딸 조현아, 조현민의 갑질 행태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큰 딸 조현아는 땅콩 한 봉지가 원인이 돼 승무원에게 온갖 막말과 함께 무릎을 꿇게까지 했으며, 둘째 딸 조현민은 회의도중 직원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물 컵을 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그런데 최근 더 경악할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른 바 사회 지도층 가정에서 자란 초등학생의 어이없는 갑질 행태이다.

TV조선의 대표이사인 방정오 사장의 어린 딸(10)이 운전기사에게 갖은 모욕적 말들을 내뱉으며 함부로 한 것이다.

“…아저씨 내가 엄마한테 얘기해서 아저씨는 해고야, 진짜 미쳤나 봐. 돈 벌거면 똑바로 벌어 아저씨 같은 사람 없거든…”


참다못한 기사가 이를 녹취한 음성파일을 내놓자 어머니가 딸에게 사과토록 만든 다음 음성파일을 전해 받고는 바로 해고를 했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다. 대체 어떻게 교육을 시켰기에 이런 막말이 어린아이한테서 마구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방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가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국의 지도층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이런 식의 교육이 만연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의 폭행, 막말 행태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젊은이들이 어른들에게 함부로 폭언하고, 심지어 폭행하는 장면들이 이따금 동영상에 공개되는 것이 그것이다.

미국에서는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와 상관없이 개개인의 인격을 존중한다.

` 설사 홈리스라도 그가 사회를 위해 유익한 일을 하면 ‘영웅(hero)’ 대접을 받는다. 힘없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부모가 자식을 위한답시고 편법을 쓰거나 부도덕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일본인들도 자녀를 철저히 교육시키는 민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가정교육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다. 무너져 가는 한국의 세태를 바로 세우려면 유대인의 자녀교육 지침서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탈무드식 교육방법에서는 “자녀교육은 우선 부모의 책임이다. 랍비들은 부모들이 자녀의 좋은 교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유대인은 가정이 좋은 학교가 되도록 부단히 애를 쓴다. 유대인들은 재산보다 교육의 힘을 더 믿기 때문이다.

왜 유대인들이 전 세계를 휘어잡고 미국을 흔드는 힘을 갖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곱씹어 봐야 한다.

내 자식 교육은 과연 잘하고 있는지, 부모 또한 크든 작든 힘을 가졌다고 혹 누구에게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여주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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