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주주의와 대학

2018-11-12 (월) 양지승 매릴랜드대 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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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대학

양지승 매릴랜드대 교육학 교수

학부생 시절 “대학의 주인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던 것 같다. 내가 일하고 있는 매릴랜드 주립대에서는 최근 “Shared Governance (공동 관리)”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떻게 보면 답이 뻔해서 답이 없는 그 어려운 질문이 떠올랐다.

이 질문은 내가 학부생이던 시절, 대학원 6년, 조교수 5년의 시절, 한국의 사립대, 미국의 주립대라는 시공간에 걸쳐 항상 존재하는 질문이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한국의 모교 교수님의 단호한 한마디는 다음과 같았다.

“확실한 건 학생은 아니야! 니들은 졸업하면 끝이니까.”


최근 단과대 대표로 참석했던 대학 평의원회(University Senate Assembly)에서 치열하게 논의되었던 대학총장 결정 문제와 그 대립양상은 시공간에 걸쳐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학부생일 때 학생회에서 종종 외치는 것이 총장 직선제였는데, 요즘 매릴랜드대 학생들이 요구하는 것이 직선제는 아니더라도 보다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이다.

이 안에 대해서 역시 한 명예교수는 총장 결정 방식은 절대 바뀔 수 없으며 “시간낭비”이니 다음 안으로 넘어가자고 단호하게 발언하여 데자뷰를 보는 줄 알았다.

매릴랜드 주립대가 이런 문제에 휘말리게 된 발단은 대학 스포츠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는 미식축구팀에서 지난 5월 무리한 훈련과 적절하지 않은 대처 탓에 한 선수가 사망한 사건이었다. 관련 조사 및 의사 결정 과정에서 주지사가 지명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평의회가 문제의 감독에게 계속 축구팀을 맡기기로 월권을 행사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총장은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따라 감독을 파면했지만, 총장 스스로도 정년퇴임을 결정한 상황이고 새로운 총장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은 보다 직접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총장 직선제를 외치던 한국 상황은 요즘 어떤가 찾아보니, 그 동안 몇 학교들은 실제로 이를 실시하고 있고, 실시했다가 폐지한 학교도 있고, 절대 실시하지 않는 학교들도 있다.

반대로 민주주의가 훨씬 일찍 뿌리 내린 미국 내 대학에서 총장직선제는 훨씬 더 드문 일 같다. 내가 다녔던 혹은 일했던 미국 내 어느 학교도 총장을 선거로 뽑는 곳은 없었다. 고등교육 연구나 비교교육 연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흥미로운 연구주제가 될 것 같다.


직선제를 놓고서는 안 그래도 미국이 정치적으로 양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는데, 학교 내 선거에마저 그 정치판이 그대로 투영되는 것 아닌가 싶은 우려가 있다.

대학교 운영은 지방자치단체 운영과 다르고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운영과도 또 다르다. 더 나아가 주립대와 사립대는 또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미국대학은 한국대학들보다 기부금 의존도가 높다는 차이점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차이점을 고려한다 해도, 중요한 의사결정 매순간마다 어려운 ‘공동 관리’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시공간을 막론하고 대학이 마주해야 하는 숙명인 것 같다.

<양지승 매릴랜드대 교육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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