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회정의의 버팀목 ‘나눔’

2018-11-09 (금) 김영미 월넛크릭 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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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의의 버팀목 ‘나눔’

김영미 월넛크릭 한국학교 교장

이민 오고 나서 미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건 다소 향상된 영어실력도, 많아진 미국친구도 아니고 줄을 서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내 인내심이었다. 신속한 행정서비스와 빨리빨리 문화를 가능하게 하는 한국 시스템을 대하면 상대적으로 미국 시스템이 낙후된 것처럼 보였지만, 사회구성원들의 선진의식은 미국이 세계 주도권을 가진 리더국가로서 그 위상을 잃지 않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며칠 전 ‘SF City Impact East Bay Gala’라는 자선단체의 모금행사에 다녀왔다. 주차장에서 외모부터 성공한 자산가의 냄새가 풀풀 풍기는 성장한 커플들이 근사한 차에서 내렸다. 체크인에서 신용카드 정보를 내놓는 걸 보니 기부하기 위해 작정하고 모인 선의의 행사가 분명해 보였다.

그들의 표어는 ‘사회적 정의, 신앙적 정의’(Social Justice, Spiritual Justice)였다. 샌프란시스코 화려한 마천루의 이면, 깊은 그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꽤 많다는 걸 새삼 느끼고 가슴이 아팠다. 주최 측이 상영한 영상에는 길거리에 버려진 것 같은 사람들이 깨끗해지고 건강해지고 미소를 되찾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세상으로부터 고립과 고독으로 따돌려진 사람들이 사랑으로 밝아지고 믿음을 갖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그리고 내가 나만의 삶이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분명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잘 살고 잘 입고 나를 과시하고 싶은 저급한 욕구들이 얼마나 많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지 되새겨봐야 할 것 같다.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서 기부도 즐겁게 하고 옥션이란 방법으로 엄청난 금액의 기부가 이루어지는 걸 보면서 미국의 진정한 국가경쟁력을 엿봤다. 한 청년의 순수한 동기에서 비롯된 작은 선행이 40년이 넘게 지속돼 오면서 큰 변화를 이뤄냈다.

무조건 사회복지는 정부의 사업이어야 한다는 견해보다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그들의 갱생에 격려와 박수를 보내는 진정한 인간애가 우리 사회 정의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나눔이 사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김영미 월넛크릭 한국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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