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의 나라’ 미국

2018-10-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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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총기난사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11명이 숨진 지난 27일의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 유대교 회당 총기난사 사건이 그것이다.

17명이 살해된 플로리다 주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의 총기난사 사건의 악몽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그리고 8월 한 여름 주말 시카고를 피로 물들인 ‘묻지 마’식 총격(12명 사망, 50여명 부상)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 여 만에 또 다시 대형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테러리스트가 군중을 향해 자동화기를 마구 쏴댄다. 극단적 편견에 사로잡힌 증오범죄자가 방아쇠를 당긴다. 그렇지 않으면 정신병자가…. 총기난사 사건의 일반적 유형이다.


연중행사, 아니 때로는 월중행사 같이 벌어지는 이 같은 대형 참사로 쇼핑몰도, 교회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닌 세상이 됐다. 이와 함께 라이프스타일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MeNext?’운동이다. 성폭력을 당한 피해 여성들이 하나둘씩 자신도 피해 경험이 있다는 뜻의 ‘#MeToo’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시작된 ‘미 투’운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게 바로 ‘미 넥스트?’운동이다.

‘학교에서 숨진 사람이 복무중 미군 사망자보다 많다’- 워싱턴포스트지의 보도였던가. 이 잘 믿기지 않는 미국적 실상과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미 넥스트?’운동이다.

피츠버그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새삼 클로즈업 되고 있는 것은 증오범죄다. 정치권이, 더 좁히면 트럼프 대통령이 편견과 차별을 부추기는 정치를 펴온 결과 증오범죄는 더욱 만연, 그 분위기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미국사회의 고질이 된 총기범람사태에 대한 비판은 그 수위가 별로 높지 않아 보인다.

“사람들은 총기난사 사건이 났을 때에만 총기문제에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총기난사, 혹은 테러에 의한 사망자수는 전체 총기관련 사망자수에 비하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의학전문지인 JAMA 저널의 보도다.

전 세계적으로 총기관련 사망자수는 2016년 현재 25만 여명을 헤아린다. 총기관련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브라질로 4만3,200여명, 미국은 3만7,200명으로 집계된다.
세계 전체 25만여 사망자 중 총기에 의한 피살자는 64%, 27%는 자살, 9%는 오발 등 우발적 사건 피해자로 분류된다.

미국으로 좁히면 이야기는 상당히 달라진다. 총기사용 살인 율은 전 세계 30위인 반면 총기자살은 인구 10만 명당 6.4명으로 전 세계 2위를 마크하고 있다. 그러니까 2016년 한 해에만 2만3,800여명의 미국인이 총기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 같은 통계와 함께 JAMA 저널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총기문제를 공중보건, 다시 말해 일종의 ‘만연하는 질병’이란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총기관련 사망자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추월해 미국인 주요 사망원인의 하나에 육박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사회의 고질인 총기 범람사태 - 해결 가망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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