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피는 물보다 진하다
2018-10-20 (토) 12:00:00
정지현(UC버클리 졸업생)
나에게는 여동생 한 명이 있다. 두살 차이지만 사실상 연년생으로 내 삶의 전부를 함께한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내 동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내 동생의 ‘언니 사랑’은 동네 사람들이 다 알 정도로 끔찍했다. 소심하고 얌전했던 나는 동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동생은 나의 보디가드가 되어 나를 그들로부터 지켜주었고, 어디를 가든 먹을 것이 생기면 늘 ‘우리 언니 것도 주세요’ 하며 하나 더 챙겨 오거나, 반을 남겨 오곤 했다. 그야말로 부모님께서 어렸을 때부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덕목인 형제애, ‘콩 한쪽도 나눠 먹는다’라는 속담을 실천한 마음 따뜻한 친구다.
그런 동생과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부터는 함께할 시간이 없었다. 대입 준비로 야간자율학습과 주말 학원수업 스케줄로 바쁘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집을 나와 학교 앞에서 친구와 함께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입이 끝나면 여유롭게 동생과 함께할 시간이 생길 줄 알았지만 미국에 오게 되어 그 전보다 그럴 수 없었다. 방학 때 잠시 한국에 가게 되어도, 그때는 동생이 대입 준비를 하고 있어 시간이 늘 어긋나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난 늘 동생에 미안한 맘이 있다. 동생 나이로 중학교 3학년, 16살, 어쩌면 가장 예민한 때 부모님이 아닌 사람의 보살핌과 따뜻한 말들이 필요할 시기였을텐데, 언니로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하고 미안하다. 다른 친구들을 보면, 다들 가까이에서 동생에게 큰 무언가가 아니더라도,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고민과 마음을 나누고 힘이 되주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 각자의 삶이 생겼고, 점점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가고 내가 아는 동생보다 내가 모르는 동생의 모습이 더 많아지게 되었다. 당연한 순리일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너무 빨리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누구보다도 내 동생을 응원한다. 늘 열심히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내 동생에게 눈부신 미래가 기다리고 있길. 혹여나 눈부시지 않더라도 네 언니인 내가, 또 든든한 부모님이 네 옆에 있음을 잊지 말길. 세상에 하나뿐인 보고싶은 내 동생 정지수 사랑해.
<정지현(UC버클리 졸업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