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치의 대결

2018-10-17 (수)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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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대결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1857년, 당시 흑인 노예였던 드레드 스콧(Dred Scott)이 자신의 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드레드 스콧은 자신이 주인을 따라 노예제 폐지 주에 왔으므로 자유인이라고 주장했으나, 연방대법원은 그의 소송을 기각했다. 그 이유인 즉 노예들은 미국 헌법의 보호를 받지 않으므로 소송을 걸 권리가 없으며, 노예는 사유재산이므로 정부가 그를 풀어주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것이다.

이 판결은 곧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분노한 노예제 폐지론자들의 표가 에이브람 링컨에게 결집하게 만들어 남북전쟁에 간접적 원인을 제공했다. 다수의견을 쓴 로저 터니 5대 연방대법원장은 남북전쟁의 발발을 막기 위해서 이런 의견을 썼다고는 하지만 결국엔 남북전쟁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 의견 하나 때문에 터니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법관으로 불리고 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1명의 연방대법원장과 8명의 법관들로 이루어져 있다. 보수성향은 존 로버츠 대법원장, 클레런스 토마스 대법관,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 닐 고서치 대법관으로 네 명, 진보성향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 이렇게 넷이다. 앤서니 케네디는 대법관 같은 경우 중도 또는 중도 보수로 분리된다. 그런데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퇴임하고 보수적인 브렛 캐버너 대법관이 인준이 됨으로 인해서 연방 대법원은 보수 5명 진보 4명이 되었다. 그동안 케네디 대법관이 진보 보수의 중심에서 역할을 했지만 이제 미국의 대법원은 분명히 보수가 주류가 되었다.


특히 이번 대법관 임명에서 미국의 분열된 모습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케버너 대법관이 지명되자 민주당과 진보 쪽에서는 극우 보수주의를 표방한 캐버너를 절대 반대했다. 그런데 과거 학창시절 캐버너 지명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 교수가 나타났고 그 외에도 몇 명의 여성들이 더 나타났다. 그리고 크리스틴 포드 교수는 청문회에서 생생하게 과거의 문제를 증언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과 공화당, 그리고 백악관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청문회에 증언한 여 교수를 공격하였다. 결국 인준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 50명과 민주당 1명이 찬성을 하고 48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를 했으며 공화당 1명이 기권을 하면서 캐버너는 인준을 받았다.

이제 미국의 미래는 보수의 길로 정해졌다. 낙태, 동성, 소수계 우대 정책은 폐지될 가능성이 농후하고, 이민관련 수많은 소송도 반이민주의자들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미국의 흐름이 수년이 아니고 수십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의회가 바뀌고 행정부가 바뀌어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도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할 경우 대부분 보수주의가 승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이로써 미국은 찬란한 보수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이는 것과 동시에 진보, 여성 권익, 소수계 권익을 비롯한 이민자들에게는 긴 겨울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가치의 대결은 미국을 점점 분열시킬 것이다.

연방대법원이 시대 흐름에 따라 미국 시민들의 보편적인 정서에 근거한 판결이 아닌 보수적인 판결만 한다면 미국은 심각하게 분열할 수도 있다. 그러한 예가 바로 미국의 남북전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연방의회에서 공화당이면서 친 민주당 성향, 또 민주당이면서 친 공화당 선향의 중도 정치인들이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정당 지도를 보면 해가 갈수록 불그레하던 공화당 지역은 새빨간 지역으로, 푸르스름하던 민주당 지역은 완전히 새파란 지역으로 바뀌었다.

2018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진 대법관 인준은 분명히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인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투표를 해야 할까? 우리 모두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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