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대통령, 교황 만남 때 북측 의사 전달 예정
▶ 교황청“기다려보자”… 아직은 신중한 입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
프란치스코 교황(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연합>
문재인 대통령의 교황 면담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계 평화와 화해의 ‘상징’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과연 수락할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문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첫 방문국인 프랑스 일정을 마무리하고, 이날 저녁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해 2박 3일간의 이탈리아·교황청 방문 일정에 들어간다.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 정오 교황청 사도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제3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교황을 북한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밝힌 김정은 위원장의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교황의 방북 의사를 타진할 예정이다.
교황이 이 자리에서 방북을 흔쾌히 수락할지, 만약 수락한다면 구체적인 방북 시점까지 언급할지에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1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가 들은 바로는 교황이 내년 봄에 북한을 방문하고 싶어 하신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하는 등 교황의 방북을 둘러싼 설왕설래도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하고 “교황이 방북하면 크게 환영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말이 있는데 그 뜻을 (유럽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교황에게) 전달하셔서 가능한 한 교황이 내년 봄에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가볍게 흘릴 수 없는 여당 대표의 말을 연합뉴스를 인용한 외신을 통해 접한 교황청에서는 교황의 방북 시기까지 특정한 이런 발언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한국 측에 문의하는 등 상황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팔로마 오베헤로 교황청 공보실 부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연합뉴스 기자의 질의에 “아직 공식적으로 초청 의사를 전달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교황청은 교황의 방북과 관련해 아직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했다.
오베헤로 부대변인은 교황이 방북 가능성을 놓고 갖가지 추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이 사안에 대한 큰 기대와 관심을 이해한다”면서도 “기다려보자, 지켜보자”고 말해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처럼 교황의 역사적인 방북 수락 여부에 대한 세간의 관측에 교황청은 아직까지는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교황청의 한 소식통은 “교황의 해외 순방은 개별 국가 정상의 초청과 함께 그 나라 가톨릭대표 단체인 주교회의 차원의 초청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고, 교황이 이를 수락해야 비로소 현실화된다. 초청도 공식 초청장을 보내야 효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며 “천주교 사제가 없는 북한은 주교회의도 없으니, 교황청이 초청을 수락할 만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북의 긴장 해소를 위해 대화와 화해를 끊임없이 강조해온 만큼, 북한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교황청의 일반적인 해외 순방지 선정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가톨릭계에서 교황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성직자로 꼽히는 유흥식 주교(대전교구장)도 최근 교황청에서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교황의 방북은 실현될 수 있는 꿈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위대한 걸음’이 될 것”이라면서도 교황의 방북이 현실화되려면 북한의 사전 정지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 주교는 “북한에는 아직 가톨릭 성직자가 없고, 종교의 자유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씨앗을 심으려면 땅을 미리 갈아야 한다. 교황의 방북에 반드시 조건이 붙지는 않겠지만, 이런 정지 작업이 이뤄지면 교황은 가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