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오곡백과가 무르익으면, 터키가 곁들여진 한 상 가득한 음식으로 온 식구들이 모여 감사 파티가 열린다. 그리고 다음날 금요일, 우리 집에서는 쇼핑 대신 거의 반 이사가 시작된다. 휴가 온 딸이 돌아가면 크리스마스 때나 다시 볼 수 있어 트리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떠날 수 있도록 서둘러 만들기 위함이다. 구석구석 놓아둘 장식과 뒷마당에 당분간 기거할 사슴 부부까지 꺼내려면 하루 종일 남편의 수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는 워낙 아기자기한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라 매년 한두 개의 장식품을 모아왔는데, 세월이 흐르니 이젠 제법 많아져 집을 훌륭하게 인테리어 해주고 있다. 여기저기를 둘러보아도 12월 한달은 예수님 생신 축하 메시지가 물씬 풍기는 우리 집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트리는 이미 25살이 넘어 잎의 숱이 많이 빠지고 헐거워져서 균형도 잘 맞지 않지만, 딸과 함께 우리 집만의 스타일로 트리를 멋지게 완성하고 나면, 정열적으로 반짝이는 작은 불꽃들이 나의 심지에 이내 불을 붙인다. “예수님, 생신 축하해요!”
사랑하는 가족, 지인들을 위해 예쁘게 포장된 선물이 트리 아래 하나씩 놓아져 가는 것을 보며, 어린 딸아이는 이렇게 적었다. “우리 엄마는 크리스마스를 참 좋아한다. 왜냐하면 산타클로스처럼 선물을 나누어 주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음. 내가 그랬나. 사실,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을 들키지 않아 다행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크리스마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초대된 예수님의 생일파티이다. 그런데, 여느 생일파티와는 사뭇 다르다. 보통은 생일의 주인공만 선물을 받는데 예수님의 생일은 초대된 우리 사이에서도 선물을 주고받는다. 고아, 병약자, 독거 노인에게도 선물을 전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우리의 즐거움에 절대로 서운해 하지 않으시고 너무나 좋으시단다.
나도 생일 잔치가 이러하다면 어떠려나 생각해 보았다. 가족, 친지, 교회가 함께 이렇게 즐거우니 나도 예수님처럼 흐믓하고 좋을 수 있을까. 아무리 큰 마음을 먹어도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면 서운하지 않으려나 싶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내가 즐거운 장식이 아니라 인류를 구원하시려 마구간에 오신 예수님께 좀 더 집중해 그분께 더욱 감사 경배 드려야겠다는 생각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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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라 임(재성설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