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렌트 컨트롤 ‘전쟁’

2018-10-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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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컨트롤’의 역사는 기원전 150년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제국 원로원의 한 의원이 집세가 두 배로 인상되자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집주인을 제소한 후 줄리어스 시저가 로마 내에선 1년에 작은 은화 2000(100달러 상당)이상의 집세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발효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렌트 컨트롤이 캘리포니아에서 본격화 된 것은 1978년 8월 극심한 주택난에 직면한 LA가 6개월 간 렌트 동결 조치를 내리면서였다. 그러나 규제는 90년대 들어 계속 완화, 현재 미국 내에서 렌트 컨트롤 법을 시행 중인 주는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4개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상당한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

1995년 제정된 캘리포니아의 ‘코스타-호킨스 렌탈 하우징 액트’도 지역정부들이 시행 중인 렌트 컨트롤에 대한 제한이다. 단독주택·콘도·1995년 이후 신축 아파트에 대해선 렌트 컨트롤 적용을 금지하고(1978년 10월 이전에 완공된 건물에만 적용되는 규제를 이미 시행 중이던 LA의 경우 1978년 기준을 그대로 시행 중이다), 새 테넌트에겐 무제한 인상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코스타-호킨스 법’의 폐지가 금년 중간선거에 회부된 11개의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 중 가장 핫이슈의 하나인 프로포지션 10이다. “프로포지션 10은 현재의 주거난 위기를 해소시킬 수 있는가, 아니면 악화시킬 것인가” -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대답은 정반대로 맞선다.

캘리포니아 내 테넌트는 약 1,7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의 도심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아파트 신축은 앞으로도 수십년간 현실화되지 못할 것이다. 설사 신축된다 해도, 실제적으론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지금도 대다수 테넌트들에게 1베드룸이 2,000달러를 훌쩍 넘는 새 아파트는 언감생심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렌트 컨트롤을 확대·강화할 수 있는 프로포지션 10은 당장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주택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은 못 되어도 “테넌트에겐 도움 되고 납세자에겐 부담 안주는” 효과적 대안이라고 지지자들은 강조한다. 테넌트 권익보호단체들이 앞장서고 가주 민주당, 가주교사협회, 가주 간호사협회등과 LA타임스가 공개지지를 선언했다.

아파트 소유주들과 주택개발업계, 지역 상공회의소와 보수 미디어들은 렌트 컨트롤 강화는 아파트 신축 감소를 초래해 주택난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대한다. 연구결과들도 렌트 컨트롤이 장기적으로 아파트 부족과 더 높은 렌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상당수 학자들은 렌트 규제보다는 테넌트에게 주거비 보조 바우처 등 공공지원이나 택스크레딧을 준다면 렌트 인상이 훨씬 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수십억 달러 예산이 필요한 제안이어서 현실화는 요원하다.

아파트 테넌트 측이 1,700만 달러, 소유주 측이 4,200만 달러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치르는 ‘렌트 컨트롤 전쟁’의 현재 판세는 돈의 파워를 말해준다. 9월 중순 가주공공정책연구소(PPIC) 여론조사에 의하면 반대 48%, 찬성 36%, 미정 16%로 반대가 우세하다. 젊은 세대 주택난의 심각성을 반영해 주듯 18~34세의 찬성이 51%로 가장 높은 것이 눈길을 끈다.

프로포지션 10의 통과여부와 상관없이 렌트 컨트롤 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집세는 껑충 오르는데 수입은 제자리걸음, 자칫 한 달만 실직해도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될 절박한 서민들에겐 ‘장기적 악영향’까지 걱정할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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