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세이 작성에 관한 몇 가지 제안

2018-10-15 (월)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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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작성에 관한 몇 가지 제안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12학년 학생들에게 10월부터 내년 1월까지 서너 달은 가장 바쁘고 스트레스가 큰 기간이다. 12학년에 이수하는 학과를 소홀히 하지 않는 동시에 대학입학 원서 준비에도 만전을 기해야 되기 때문이다.

입학원서 심사과정에서 좋은 성적과 함께 에세이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에세이를 잘 쓰는 방법에 대해 나의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제안을 한다.

제목을 스스로 선택해서 쓰는 에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제를 잘 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인 학생들이 자주 택하는 주제 중 하나는 부모님의 사랑과 헌신에 대한 감사이다. 자녀교육을 위해서 궂은일 마다않고, 장시간 힘들게 일하는 부모님의 희생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는 것은 훌륭한 에세이 주제이지만, 한정된 지면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얘기 보다는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얘기로 많은 지면을 써버리는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주제선정에서 주의해야 할 또 한가지는 정치, 사회적으로 논쟁거리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주제는 피하는 것이다. 아무리 논리정연하게 쓰여 진 우수한 에세이라 해도, 에세이를 읽는 사람이 글 쓴 지원자와 생각이 다른 경우 평가에 인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난민문제나 마리화나 합법화 같은 주제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이지만, 동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한정된 길이에서 충분히 검토되기도 힘든 주제들이다.


특별히 의미 깊고 중대한 주제를 찾으려고 애쓰는 대신 평범한 일상 중에서도 관심을 두고 찾으면, 자신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는 주제를 찾을 수 있다. 부주의나 무성의 때문에 생긴 실수, 노력해서 얻은 성취, 평소에 품고 있던 지적호기심 등 모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재미 있거나 의미 있는 에세이가 될 수 있다.

주의할 것은 봉사활동, 수상경력이 특별히 많은 경우, 그 모든 활동을 모두 열거하느라 귀중한 지면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습지 않은 유머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간결함은 재치의 핵심” 이라는 말이 있다. 에세이를 읽는 입장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반복을 피하는 것이다. 앞부분에 이미 써놓은 사실 또는 아이디어를 후반부에 반복해서 쓰면, 즉석에서 감점이 된다. 문장구조와 어휘 선택에서도 이 원칙은 적용된다.

너무 길고 복잡한 구조를 가진 문장이나, 어렵고 전문적인 단어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간결함을 위해서 “I will” 을 “I’ll” 같은 합성어로 쓰는 것은 될 수 있는 한 피하는 것이 좋다. 단축합성어는 정식 에세이에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규범이다.

완성된 에세이를 읽고, 고치고, 또 고치는 작업을 거쳐서, 자신이 말하고 싶은 내용이 분명히 전달되었는지, 전체의 문맥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어휘 사용이 적합했는지, 철자가 틀린 단어는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틀린 글자 한개 때문에 글 전체 품격이 뚝 떨어 질 수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최선을 다해서 쓴 자신 있는 에세이라도 반드시 선생님이나 선배, 친지에게 부탁해서 간단한 평을 받아보면, 예상치 못한 실점을 면하거나 기대하지 못했던 가산점을 받는 길이 될 수 있다.

<김순진 교육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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