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일부분인 감정

2018-10-13 (토) 정다운 카운슬러^가정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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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을 아침 집 앞을 나서니 조금은 차가운 바람이 두 볼을 스치고 공기에 날아다니던 작은 물방울 입자들이 코끝에 느껴진다. 구름에 숨어있던 따스한 햇살이 눈에 비치고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자니 이내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해진다. 며칠 전 아침에 일을 가기 위해 차에 오르기 전 있었던 상황과 느꼈던 내 마음처럼.

이렇게 우리는 의도했던 의도치 않았던 간에 모든 현상이나 상황으로 인해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감정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1분 동안 지난 일주일 사이에 느꼈던 감정을 한번 떠올려 보자. 몇 가지의 감정들이 떠올랐는가? (감정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타이머로 1분 시간을 맞춘 후 종이에 감정들을 적어보아도 좋다)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이란 책에서는 1분 동안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7가지 이상 떠올리지 못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감정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감정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매순간 여러 가지의 감정을 느끼지만 미처 스스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감정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감정이란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하여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을 말한다. 감정을 아는 것은 왜 중요한 것일까? 감정은 생각, 행동, 신체와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느꼈을 때 얼굴, 피부, 심장박동, 혈압 등 몸으로 나타나며,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가에 따라 사람의 성격 형성 또는 행동 등이 큰 영향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그 의미를 다하지 못했을 때에는 감정이 과장되어 폭발하거나 몸에 오랫동안 남아 몸과 정신을 황폐화시키고, 점차 감정이 무뎌지게 되어 감정을 세밀하게 구분하고 판단하는 능력까지 비활성화 시킬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느끼는 감정이 짜증인지, 분노인지, 슬픔인지 구분하기 힘들어 생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 감정을 잘 알 수 있을까? 자신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알기 위해 감정일기를 써보는 것을 권한다. 감정일기를 쓰게 되면 내가 언제,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있고, 자신도 몰랐던 잠재된 감정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나를 괴롭게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내가 만들어낸 비합리적인(잘못된) 생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비합리적인 생각을 합리적으로 바꾸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감정일기를 쓰는 방법은 자신이 겪은 상황, 그때 느낀 감정, 신체적 변화와 행동, 현재 생각 및 계획 등의 내용을 일기 형식으로 자유롭게 그리고 최대한 솔직하게 쓰면 된다. 간단한 방법으로는 평소처럼 일기를 쓰며, 문장이 끝난 뒤에 괄호를 치고 그 때 느꼈던 감정을 적어보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연히 만난 오래된 친구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어색함)’라고 적을 수 있다. 만약 일기에 ‘우연히 만난 친구와 반갑게 인사를 했다’라는 표면적인 문장만 적었다면 그 문장 속에 있던 ‘어색함’이란 진짜 내 감정을 알아주지 못하고 스쳐 지나갔을 것이다.

왜 나는 어색함이란 감정을 느꼈을까?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에? 마지막 만남이 좋지 않았어서? 감정일기를 쓰면서 생각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답을 찾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런 감정을 느꼈구나 하고 내가 알아주는 것이다. 이것을 상담용어로 ‘알아차림’(Awareness)이라고 한다.

나의 감정을 아는 것만으로도 나의 생각이나 욕구, 신체 감각 및 환경에 대한 자각을 넓힐 수 있으며, 자신의 체험을 확장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다. 감정일기를 써봄으로 인해 자신의 감정과 더 친해지고, 나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정다운 카운슬러^가정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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