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재 상’ 맥아더 펠로우

2018-10-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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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들이 잇달아 발표된 가운데 지난 주 그와 견줄 만큼 중요한 또 다른 상의 수상자 명단이 발표됐다. ‘천재 상’(Genius Grant)이라 불리는 맥아더 펠로우(MacArthur Fellowship) 상이 그것으로, 미국에서는 노벨상만큼이나 영예로운 상으로 꼽힌다.

맥아더 재단이 매년 사회 각 분야에서 ‘탁월한 창의성과 통찰력을 가졌으며 미래를 위한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미국의 인재 20~30명에게 수여하는 이 상은 한 사람에게 무려 62만5,000달러를 5년에 걸쳐 지급하는데, 사용에 아무런 조건이 없기 때문에 ‘꿈의 그랜트’로 여겨진다.

맥아더 재단은 금융재벌 존 D. 맥아더가 1978년 타계할 때 10억달러의 재산 거의 전부를 기부하여 설립된 이후 1981년부터 지금까지 942명의 맥아더 펠로우를 배출했고 상금만 70억달러를 수여했다. 이 상이 특별한 것은 자기가 신청하는 것이 아니고 익명으로 추천된 후보들을 10여명의 선정위원회가 검토하고 선정하여 발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상자들은 재단으로부터 축하 전화를 받고서야 깜짝 놀라며 감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942명 펠로우 가운데 한국계 미국인으로는 2003년 수상한 김용 박사가 유일하다. 그는 2009년 다트머스 대학교 총장이 되면서 아시아계 최초의 아이비리그 총장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 이전에 하버드 메디컬 스쿨 국제보건·사회의학과장과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 국장을 지낸 바 있는 그는 현재 세계은행 총재로 일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2018년 맥아더 펠로우는 25명인데 과거 어느 해보다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이 선정돼 미디어의 찬사를 받고 있다. 성별로는 여자 14명, 남자 10명, 트랜스젠더 1명이고, 인종별로는 백인 외에 미국원주민 2명, 흑인 5명, 라티노 2명, 아시아계 5명이 포함돼있다.

최연소의 28세 수상자는 LA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겸 지휘자, 피아니스트인 매튜 오코인이다. 그는 수년 전부터 클래식 음악계에서 천재라는 명성이 자자해 LA 오페라가 첫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로 영입, 작곡과 지휘를 병행하며 활약하고 있다. 2015년 시인 월트 위트먼의 글을 바탕으로 작곡한 오페라 ‘크로싱’으로 주목받은 그는 2019년에는 LA 오페라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공동 위촉한 ‘에우리디체’를 초연할 예정이다.

그를 포함해 남가주에서는 4명이 선정됐는데 LA 필하모닉의 바이올리니스트 비제이 굽타(31), 칼텍의 신경과학자 도리스 차오(42), UC 데이비스의 행성학자 새라 스튜어트(45)가 영예의 주인공들이다.

비제이 굽타는 2007년 19세의 나이로 LA 필에 입단한 영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지난 10여년간 노숙자들을 위한 봉사와 연주, 재기 프로그램에 헌신해왔다. 2011년 ‘스트릿 심포니’를 창설, 노숙자 셸터와 카운티 교도소, 재활치료 센터 등을 돌며 양질의 음악을 선사하면서 콘서트홀 밖에서도 많은 사람이 음악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많은 장학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이민 연륜이 깊어지고 커뮤니티가 커감에 따라 단순 학자금 지원 장학금보다는 미래를 내다보는 범사회적 장학사업이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맥아더 펠로우 중에 미주 한인이 좀더 많이 포함되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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