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

2018-10-10 (수)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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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나?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조공’은 전 근대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 속에서 중국 주변에 있는 나라들이 정기적으로 중국에 사절을 파견하여 예물을 바치던 행위 또는 그 예물을 의미하는 말이다. 중국은 주변 국가의 왕에게 직책을 내려주는 ‘책봉’과 하사품으로 답례를 하였다.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는 오늘날 중국이라고 불리는 지역인 중원의 주인이 누가 되는가에 따라서 늘 재편이 되었다. 중원을 차지한 왕국은 중원이 가지고 있는 압도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주위 소국들에게 영향력을 행사 했다. 사실 자신들도 중원을 차지하기 전에는 같은 소국이었기에 아무리 소국이라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이런 중원의 성격을 서로 잘 알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로 평화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무역을 하기 위해서, 중원 패자는 소국들의 왕에게 직책을 내려주는 책봉을 하고 소국들로부터 그들의 특산품을 조공으로 받는 방식을 만들었다. 가치로 따지면 받은 조공보다 훨씬 더 많은 가치의 물품이나 기술문화 예술을 하사하였다. 그래서 중원의 패자들은 주위 소국들의 요구에 늘 부담스러워 했다.


그러나 이런 불공정 무역을 받아주지 않을 경우 비록 소국이지만 국경을 침범하고 소란을 피우고 심지어는 대규모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쉽게 말해서 어떤 소국이 자신들에게 필요도 없는 개가죽 1,000장을 조공해도 그들은 비단 1,000필을 하사하는 그런 무역을 해야 했다.

21세기 미국도 과거 동아시아의 조공무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은 세계를 경영하기 위해서 늘 동맹국이 필요했고 동맹국들도 미국과 무역을 하기 위해서 늘 미국의 국제외교 노선에 충실하여야 했다. 미국은 이런 동맹국들에게 물건들을 사주었다. 그러니 늘 적자였다.

그러나 미국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라는 마법의 화폐를 필요할 때마다 늘 찍어서 물건들을 사주었다. 그리고 미국은 늘 새로운 첨단 산업을 선도하여 독점적인 가격으로 이익을 챙겨왔다. 그러나 모든 나라들이 미국을 열심히 따라했고 이제는 그런 기술 격차도 거의 사라졌다. 이제 미국에는 광대한 기름진 땅에서 나오는 농, 축산물과 최첨단 무기를 제외하고는 더 이상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만들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세계경기의 불황으로 미국의 돈들이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들에게도 대출을 하면서 발생한 2008년 금융대란을 맞으면서 중산층이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물론 무너진 중산층의 재산들은 미국의 1% 부자들에게 헐값으로 다 넘어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역전쟁을 선포했다. 그리고 더 이상 미국으로의 이민 문호도 막고 있다. 이민자들이 미국의 부를 축낸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경영을 하는 마법의 무기인 달러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이 중심이 되는 시장을 늘 만들어왔다. 그런 미국이 이제는 미국만을 위한 시장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다. 미국과 무역을 하여 손해를 본다면 동맹국들이 굳이 미국의 달러 체제에 동의를 할까? 중원의 패자가 조공무역을 받지 않았을 때 중원은 늘 전쟁에 휘말렸고 그 때마다 중원의 패자가 바뀌는 일들이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산층에게 일자리를 만들자니 보호무역을 하지 않을 수가 없고 이민자들이라도 내쫓아야 미국 시민들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미국만을 위한 무역은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체제 유지를 위협하고 반이민정책은 유능한 두뇌확보를 못하게 하여 미국의 국제경쟁력을 더욱더 떨어지게 할 수 있다.

이제 미국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보다는 있는 것을 지키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하고 있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과연 어떤 정책이 미국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2018년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투표에 나서야 한다.

<김동찬 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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