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이냐 돈이냐

2018-10-08 (월) 임지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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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냐 돈이냐

임지석 목사

어디선가 읽은 생명의 가치를 반추하게 하는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험준한 산을 넘어오는 남자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거래를 성공시키고 큰돈을 벌어서 돌아오는 길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때 갑자기 날씨가 나빠지더니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짙은 눈보라 속에서 헤매던 그는 다행히 작은 동굴 하나를 발견하고 피신했으나 온몸이 흠뻑 젖어 얼어 죽을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주변에 있는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붙이려 했지만 불쏘시개가 필요한 상황이 되자 그는 자신의 품에서 돈다발을 꺼내더니 주저함 없이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아침이 되자 눈보라가 그쳤고 고립된 사람들을 찾던 구조대는 모닥불의 연기를 보고 그를 구조할 수 있었다. 가지고 있던 돈을 몽땅 태우면서도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던 그는 이때 이렇게 중얼거렸다고 한다.


“내 생명과 미래를 아주 싼 값에 살 수 있었으니 나에게 이보다 더 큰 이득이 없구나”

우리에게 있는 돈의 가치와 인생의 가치를 비교해본다는 사실 자체가 참으로 바보 같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돈에 눈이 먼 나머지 돈의 가치를 과대평가하고 사람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주변에서 돈 때문에 생명을 포기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들어보았지만 생명 때문에 돈을 포기하는 경우는 별로 들어본 일이 없는 것 같다. 돈 많이 버는 것을 꿈으로 설정하고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를 성공의 척도로 삼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어느 것 하나 자신의 소유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이 땅을 사는 동안 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잘 보관하고 지키는 일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돈을 벌기 위한 24시간이 아니라 살아가야 할 24시간이 펼쳐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삶 자체이지 삶의 수단인 돈이나 그 어떤 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임지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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