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 가톨릭 불인정 합의 “교황청, 중국에 굴복” 비판
교황청이 중국이 임명한 주교들을 승인하기로 했다. 사진은 중국내 가톨릭 성당. <연합>
교황청이 중국이 임명한 주교 7명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양국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해결된 셈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시진핑 주석이 벌이는 종교 탄압의 현실을 감안할 때 교황청의 이번 선택이 중국에 굴복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종교에서조차 대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의 일방적 자세와 관련해 대만 가톨릭과 교황청의 관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만은 일단 “바티칸과 외교관계가 단절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황청은 22일 성명을 내고 양국 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던 주교 임명과 관련해 중국과 예비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합의안 서명은 중국 베이징에서 왕차오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앙트완 카밀레리 몬시뇰 교황청 외교차관에 의해 이뤄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양측이 지난한 협상을 통해 주교 임명과 관련한 합의에 도달함에 따라 1951년 중국에 공산 정권이 들어선 뒤 단교한 양국의 관계 정상화도 임박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교황청은 중국과 관계 복원을 통해 중국 내 지하 가톨릭 신도들을 합법적으로 보호하는 동시에 중국에서 교세를 확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합의는 수십년간 공산 정권의 박해와 탄압을 겪어온 가톨릭 신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황청이 중국에 강경 노선을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상당수 가톨릭 신자들의 반발을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톨릭 안팎의 비판론자들은 교황청과 중국의 합의는 교황청이 중국 공산당에 굴복하는 것이자,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온 중국 가톨릭 지하교회 신자들을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에 팔아넘기는 행위라고 주장해 왔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트 3국 방문길에 오른 직후 공개된 이날 성명에서 “이번 합의는 점진적이고 상호적인 관계 회복의 결실로, 세심한 협상의 오랜 과정을 거쳐 도달했다”며 “앞으로 합의안의 적용에 대한 주기적인 검토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합의안은 교회에 있어 중차대한 문제인 주교 임명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양자 관계에서 더 큰 협력을 위한 환경을 창출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국 외교부도 자체 성명을 통해 양측이 주교 임명문제에 관한 예비 합의안에 서명한 사실을 확인하며 “앞으로도 양측이 계속 소통을 유지하고 양자 관계의 지속적인 개선과 증진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황의 발트 3국 방문을 수행 중인 그렉 버크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기자들에게 “이번 합의의 목표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사목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에서 대만은 언급하지 않았다. 교황청과 중국이 관계 정상화로 나아갈 경우 교황청은 대만과 공식 외교 관계를 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그러나 대만 외교부는 이번 합의로 바티칸과의 외교 관계가 단절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는 또 이번 합의가 중국 내 종교 자유의 길을 열어놓는 동시에 교황청이 중국 본토의 가톨릭교도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고 탄압을 받지 않게 해주기를 희망했다.
실제 교황청은 중국과 주교 임명문제에 합의하더라도 대만과 외교관계를 유지할 것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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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원 종교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