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병원 밖의 헬스 케어

2018-09-24 (월) 김장원 /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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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케어’ 하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아마도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 받고, 약국에서 약을 타는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아! 엄청나게 비싼 의료보험비도 무시할 수 없다.

병원에 방문할 때마다 내야 하는 out-of-pocket 비용도 만만치 않다. 만약 병원에서 MRI, CT 등을 찍고 싶으냐고 물어본다면, 비용 생각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병원 예약에 필요한 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주변 사람들이나 온라인에서 평이 좋은 의사가 누구인지 물어보고, 전화를 걸어 내 보험을 받는지 확인한다. 보험을 받는 병원을 찾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한 후, 가능한 날짜에 예약한다. 어떤 보험사는 온라인에서 내 보험을 받는 병원을 찾게 해주기도 하지만, 막상 전화해보면 틀린 경우도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 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수없이 개선된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적응된 우리는, 병원을 찾아서 예약하는 과정이 그렇게 기쁘지는 않다.


병원에서 받는 서비스는 어떠한가?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는 시간은 10분 내외. 의사 선생님은 어디가 아픈지 파악하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고, 나는 최선을 다해 대답한다. 6하 원칙에 의거해서 걱정되거나 아픈 부분을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설명하고 싶다. 하지만, 종종 실패한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거나,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잘 모를 때가 많다. 특히, 이민자들은 병원에서 사용되는 용어들을 열심히 공부해가곤 한다. 그래도 내가 설명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의사 선생님이 쓰는 용어는 이해되지 않는다.

환자가 아기라면 상황이 더 좋지 않다. 대부분 나의 기억이나 추측에 의존하거나, 타인(학교 선생님, 유모)이 해준 말을 최대한 잘 기억해서 전달한다. 당연히 왜곡이 생긴다. 의사 선생님이 이리저리 검사를 해보면서 문제를 파악하려 한다. 아기들은 엄청나게 울어댈 뿐, 전혀 협조를 해주지 않는다.

나는 오늘날 ‘헬스 케어’에서 개선이 가장 필요한 부분은 병원 ‘밖’에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의료서비스가 작동하는 시간과 범위가 10분 내외의 병원 방문시간으로부터 365일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365일 중 24/7 항상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마다 작동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어디서 어떻게 왜 아프게 되었는지, 그리고 상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진단과 치료에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그것을 보조하는 수단은 거의 전무하다(큰 병을 얻고 나서야 보조수단이 개입된다). 꼼꼼한 사람들은 메모나 사진을 남겨서 의사에게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무엇에 대한 메모와 사진을 남겨야 하는지는 나의 추측에 의존되기 마련이다.

대부분 우리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은, 큰돈을 지불하는 병원과 약국 밖에도 많이 있다. 그중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를 핵심 사회적 결정요인(key social determinant)이라 한다. 예를 들면, 흡연, 고용, 경제상태, 음식, 집, 교육, 교통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요소들이 어떻게 작용되고 관리되고 있는지는 안타깝게도 헬스 케어 서비스의 범주 밖에 있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런 요인에 대해 지역사회나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우리의 의료서비스에서 함께 관리되고 있지는 않다. 음식조절이 필요한 환자가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 실행하는데 어려움은 없는지, 그리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지 못한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나가고 있는지는, 의사가 전혀 알 수가 없거나, 내 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의료 서비스가 보다 포괄적인 건강관리 시스템으로 발전되기를 바란다.

<김장원 /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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