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자는 해안 도시로, 저소득층은 내륙 지역으로

2018-09-20 (목) 준 최 객원 기자
작게 크게

▶ 해안가 도시, 임금 높고 학군 좋아 부유층 선호

▶ 기존 주거지 떠나는 저소득층은 내륙 공업도시로


도심 슬럼 지역이 고급 주택가로 변모하는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고 한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따라 낙후된 도심에 부유층이 몰리면서 임대료와 집값이 오르고 결국 기존 저소득층 주민은 타 지역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현재 전국 주택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부자는 해안가 도시로 이주하는 현상이 뚜렷한 반면 이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기존 저소득층 주민은 내륙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고 CBS 뉴스가 최근 보도했다.

■ 부자들 해안가 대도시 선호

CBS 뉴스가 인터넷 주택 정보 업체 ’빌드줌’(Buildzoom)의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부자들이 서부와 동부 구분 없이 해안가 대도시 지역으로 이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살인적인 주택 가격으로 명성이 높은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의 해안가 도시가 부자들이 주로 선호하는 이주 지역이다.


부자들이 몰리면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오른 주택 가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존 주민들은 타 지역으로 ‘강제’ 이주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부자 동네에는 부자가 더 몰리고 가난한 주민은 기존 주거지를 떠나야 하는 일종의 ‘소득 구분’(Income Sorting)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 해안가 도시 학군 좋고 고임금 일자리 많아서

부자들이 해안가 도시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주거 환경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해안가 도시 중 보스턴과 같이 우수 대학이 위치한 도시가 많고 우수 대학을 중심으로 첨단 직종과 같은 일자리 기회도 많이 제공되는 점이 부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해안가 도시의 특성상 이미 신규 주택 개발 부지가 고갈된 점도 부자들을 유치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해안가 도시로 유입되는 인구 중에는 젊은 층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고소득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젊은 층은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해안가 도시를 선호하는데 주택 구입보다는 임대 위주의 거주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해안가 도시로 이주하는 젊은 층 중에는 ‘맞벌이 부부’와 같은 복수 소득원 가구가 많아 살인적인 주택가와 임대료 감당이 가능하다.

■ 저소득층은 내륙 공업 도시로

샌프란시스코로 유입되는 주민의 평균 소득은 지역을 떠나는 주민에 비해 약 1만 3,000달러가량 높다는 조사가 소득 구분의 좋은 예다. 부자들의 유입으로 기존 주거지를 떠나야 하는 저소득층은 주로 내륙 공업 도시로 유입되고 있다.

자동차 및 제조업 사양화로 쇠락한 공장 지대인 디트로이트와 피츠버그 등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기존 지역을 떠난 주민들이 주로 정착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도 소득
구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신규 유입 주민의 소득이 이주 주민의 소득에 비해 약 5,000달러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 부자가 부자를 밀어내는 현상까지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UC 버클리 ‘터너 주택 개혁 센터’(Terner Center for Housing Innovation) 이시 로멤 박사는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만 국한됐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이제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라고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피해자는 저소득층뿐만이 아니다.

주택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부자가 부자를 밀어내는 신종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결국 초고소득자만 살아남게 되고 밀려난 주민들은 주택 임대를 전전하다가 기존 저소득층 주민과 마찬가지로 주택 가격이 낮은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고서가 지적했다.

■ 노동력 부족 등 부작용 우려

반면 고소득자 유입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떠나야 하는 기존 주민들은 내륙 지역인 새크라멘토에 주로 정착하고 있다.

새크라멘토의 집값이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인데 새크라멘토에 정착하는 가구의 소득원 숫자 역시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년층 부자들은 기후가 온화한 마이애미, 올랜도, 탬파와 같은 선 벨트 해안가 도시를 주거지로 선호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의한 소득 구분 현상이 심화되면 장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우려된다.

부자들이 몰리는 지역의 경우 노동력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특히 저임금 노동력 감소가 가장 우려된다. 또 부자 유입 도시의 경우 학군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반면 저소득층 유입 지역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심각한 불균형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로멤 박사는 “이미 정치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까지 발생할 경우 심각한 ‘분극화 현상’(Polarization)이 나타날 수 있다”라고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준 최 객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