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바다를 향한 티샷… 평생 잊지 못할 고국의 추억

2018-09-14 (금) LA 거주 제임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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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 클럽 → 땅끝마을 파인비치 코스 → 여수 디 오션 골프코스 → 무주 컨트리클럽

▶ 수려한 자연경관과 조화, 몸도 마음도 저절로 힐링

바다를 향한 티샷… 평생 잊지 못할 고국의 추억

배용준-박수진 커플이 신혼여행으로 보냈던 곳이어서 더 유명한 남해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 클럽(South Cape Owner’s Club)의 전경. 18홀중 16개 홀에서 바다가 보이는 한국 최고의 골프 코스중의 하나다.

한국의 가을빛은 유난히도 눈부셨다.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노랗게 익어가는 호남평야의 황금들판과 끝없는 평행선을 이루며 지나갔다. 우등 전세 고속버스에 편하게 드러누운 24명의 일행들은 아련한 어린 시절의 추억 속으로 들어갔다. 아무 말도 없었다. 숨쉬기조차 아쉬운 포근한 적막감이 피어올랐다.

얼마를 지났을까.


운전기사 아저씨의 금속성 마이크 소리가 적막을 깼다. 논산 인근의 정안 휴게소란다. 아침 9시에 잠실 롯데 호텔에서 출발한 우리는 따스한 토스트와 샌드위치,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했지만 일부러 따끈한 가락국수 한 그릇으로 또 다른 추억을 즐겼다.

남해 사우스 케이프 오너스 클럽(South Cape Owner’s Club)에 도착했다.

배용준-박수진 커플이 신혼여행으로 보냈던 곳이란다. 하얀 콘도에 들어서니 남빛 남해바다가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그렇게도 무드를 몰랐던 아내가 한동안 발코니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결혼 40년만에 값진 선물을 한 것 같다. 콘도의 가구와 침대가 모두 수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샤워 후 콘도 앞을 산책했다. 신선의 뜰 같은 아름다운 정원이 펼쳐졌다. 연신 카메라 셔트를 눌렀다.

디너 테이블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됐다. 한우 소고기, 자연산 장어요리, 자연산 버섯요리, 싱싱한 사시미까지, 개인적으로 먹으면 적어도 수십만원이라고 한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사우스 케이프 골프코스는 ‘한국의 페블비치’로 불린다. 한국 유일하게 세계 100대 골프장에 이름을 올렸다. 기암괴석의 절벽과 천혜의 자연 경관에 넋을 잃는다. 18홀 중 16홀이 바다와 맞닿아 있으며 4개의 파 3홀 중 3개는 아예 바다를 향해 티샷을 날려야한다. 링크스 코스의 대가 카일 필립스가 디자인했단다. 디봇하나 없이 잘 관리된 페어웨이는 샷을 하기 두려웠다. 그동안 세계의 많은 코스를 다녔지만 이렇게 감동적인 코스는 처음이었다. 그린피가 궁금했다. 37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둘째 날, 더 이상 갈 수 없는 ‘땅끝 마을’ 해남의 파인비치 코스다. 18홀중 9홀이 바다와 맞닿아 있다. 시사이드의 원조란다. 6번홀 215미터 파3 홀은 아예 바다를 향해 티샷을 날려야 한다. 한국 골퍼들에게는 죽기 전에 꼭 한번 라운드 해봐야 할 1위 코스로 꼽히고 있다.

셋째 날. 여수 디 오션 골프코스다. 수려한 산과 광활한 바다를 동시에 안고 있다. 오션과 자연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유명 골프 디자이너 더글라스 그래암이 ‘바다를 품고’라는 주제로 디자인했다고 한다. 여장을 푼 디 오션 리조트 호텔은 자연과 인공이 조화된 자연공학적 숙박시설로 기억에 남아있다.


마지막 날, 무주 컨트리클럽이다.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들과 단풍들이 코스 곳곳에서 우리를 반긴다. 아내는 골프보다 사진 찍기에 바쁘다.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최고의 골프코스로 자존심이 대단하다.

숙소와 식사는 언제나 놀라웠다. 상다리가 부러진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엘리트 투어가 여행마다 최고의 숙박시설과 최고의 식사를 자랑하더니 그것을 실감했다.

돌아오는 전세 우등버스에서 우리는 서로 찍은 사진을 자랑했다.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출발했던 한국 골프여행이 뿌듯한 자긍심으로 돌아왔다.

<LA 거주 제임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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