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격 적당하고 상태 좋은데 왜 안 팔릴까?

2018-09-06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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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나 시설 낙후된 집은 제값받기 어려워, 근처에 좀비주택 있으면 동네 집값 갉아먹는

▶ ‘커브 어필’ 죽어있으면 마이너스로 작용


내놓은 집이 팔리지 않으면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분석 결과 가격도 적정하고 건물 조건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려 봤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도대체 집이 팔리지 않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집을 내놓은 지 꽤 됐지만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면 분명 어딘가에 원인이 있다.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인해 집이 팔리지 않고 결국 집의 가치까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온라인 재정 정보업체 ‘고우 뱅킹레이츠 닷컴’이 주택 가치를 하락시키는 뜻밖의 원인들을 짚어봤다.

■ 트렌드에 뒤처진 시설

건물 조건이 아무리 양호해도 디자인이나 각종 시설이 낙후된 집은 제값을 받기 힘들다.


적어도 인근 주택과 비슷한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시세 하락을 막을 수 있다.
주택 감정 평가업체에 따르면 이웃 주택들이 갖춘 시설을 갖추지 못한 주택은 감정가가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힘들다. 플로리다 주와 같은 경우 뒷마당에 수영장과 패티오 시설을 갖춘 주택이 많은데 이들 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주택은 시세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 좀비 주택

집 근처에 좀비 주택이 있으면 동네 주택 시세를 갉아먹는 원인이 된다. 좀비 주택이란 집 주인도 대출 은행도 소유권을 포기한 주택이다. 주택 소유주의 모기지 연체로 은행이 압류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은행마저 압류를 포기하면 좀비 주택으로 전락한다. 좀비 주택의 가장 큰 문제는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기간 방치로 주택이 흉물로 변하면 주변 주택 시세를 깎아내리는 독버섯과 같은 존재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LA는 물론, 뉴욕, 보스턴, 휴스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좀비 주택이 확산된 바 있는데 인근 주택 시세를 약 2%나 하락시킨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 셰일 가스 유정

지하에 매장된 천연가스 ‘셰일가스’가 차세대 천연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인근에서 셰일가스 유정이 발견된 주택은 엄청난 시세 하락의 피해를 피하기 힘들다. 듀크대학과 비영리 조사 단체 ‘미래를 위한 자원’(Resources for the Future)의 조사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 주에 위치한 주택 중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하는 주택의 경우 반경 1.25마일 내에 위치한 셰일가스 유정으로 인해 주택 가치가 무려 약 24%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 차고 진입로 균열


살다 보면 콘크리트 등의 자재로 설치된 차고 진입로에 균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균열 상태가 미미하다고 평소 잘 신경을 쓰지 않으면 집을 팔 때 당황하게 된다.

아무리 작은 균열이라도 주택 가치를 산정하는 주택 감정사들에게는 차고 진입로 균열이 가치를 떨어뜨리는 적색 신호로 간주된다. 따라서 차고 진입로에 균열이 발생하면 균열이 커질 때까지 방치하지 말고 보수 공사를 실시해야 주택 가치 하락을 막을 수 있다.

■ 앞마당 관리 상태

집을 내놓기 전에 실내보다 실외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건물 외관과 앞마당 조경을 뜻하는 ‘커브 어필’(Curb Appeal)이 죽어 있으면 주택 가치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집을 보러 온 바이어가 커브 어필에 실망해 그 자리에서 돌아가는 경우도 흔하다. 커브 어필을 살리기 위해서는 앞마당 잔디 상태, 조경 관리, 외벽 전등, 출입문 청결 상태, 외벽 페인트 상태, 앞마당 청소 상태 등을 점검해야 한다.

■ 독특한 조경 시설

앞마당 조경 관리가 잘 되어 있으면 주택 가치도 상승하고 집도 잘 팔린다. 그러나 조경 디자인이 너무 독특하거나 집주인의 개성이 너무 강하면 주택 가치에는 오히려 ‘독’이 된다. 집주인이 아무리 신경을 썼다고 해도 바이어의 눈에는 제거해야 할 조경 시설에 불과하다. 결국 조경 시설 제거에 드는 비용 때문에 제값을 받기도 힘들다.

■ 수영장

뒷마당에 수영장을 설치하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수영장이 있다고 해서 주택 가치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수영장 시설에 대한 바이어들의 ‘호불호’가 정확하게 나뉘기 때문이다. 수영장 시설을 선호하지 않는 바이어들에게는 관리비만 좀 먹는 시설에 불과하다.

또 이미 은퇴 후 노후용 주택을 찾는 노년층 바이어들에게도 수영장은 뒷마당 면적을 낭비하는 불필요한 시설이다.

■ 잉어 연못

‘코이 폰드’(Koi Pond)로 불리는 잉어 연못은 뒷마당의 정취를 살려주는 조경 시설 중 하나다. 그러나 정취만 기대하고 잉어 연못을 무작정 설치했다가 주택 가치를 떨어뜨리기 쉽다. 잉어 연못은 장소만 실외일 뿐 실내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어항과 다름없다.

실내 어항의 물을 정기적으로 교체하고 청소해야 물고기를 오래 관리할 수 있듯 잉어 연못도 마찬가지다. 잉어 연못의 관리는 까다로운 반면 조금이라도 관리에 소홀하면 주택 가치를 하락시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 철로

출퇴근이 용이한 도심형 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전철역 주변 주택 개발이 붐을 이뤘다. 출퇴근이 용이하다는 점 외에는 철로 인근 주택은 단점이 많은 편이다. 집 뒤로 철로가 지나는 주택의 가장 큰 단점은 소음이다.

밤낮없이 기차가 다닐 경우 소음에 쾌적한 주거 생활을 방해받기 쉽다. 화물 열차가 다니는 철로의 경우 유해 화물에 의한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철로 탈선 사고의 우려로 높은 시세를 받기도 힘들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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