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개 배역 소화 전무후무, 테너에서 바리톤으로 변신
▶ 지휘자이자 예술행정가까지, 77세에도 왕성한 수퍼스타
플라시도 도밍고
LA오페라 공연에서 주역 돈 카를로를 노래하는 라몬 바가스.
LA오페라 공연에서 주역 돈 카를로를 노래하는 라몬 바가스.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
불후의 명작에 오페라의 황제가 곡을 붙인 베르디의 역작 ‘돈 카를로’(Don Carlo)에서 우정을 맹세하는 두 남자의 노래다.
바리톤으로 변신한 플라시도 도밍고가 오는 22일 개막하는 LA오페라 2018-19 시즌 첫 공연에서 돈 카를로의 친구 로드리고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전성기 시절 도밍고의 대표 배역이던 스페인 왕자 돈 카를로를 20년 만에 LA오페라를 찾는 멕시코 출신 테너 라몬 바가스에게 맡겼지만 여전히 그는 ‘돈 카를로’에서 우정의 이중창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로 어김없이 기립박수를 받을 것이다.
15년 째 LA오페라 총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플라시도 도밍고는 77세의 나이로 최근 150번째 배역을 소화하는 오페라 콘서트 무대를 성황리에 마치며 또 한번 화제의 중심에 섰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3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열렸던 비제의 오페라 ‘진주잡이’를 불러 150개 역을 해냈다며 오페라의 거장 플라시도 도밍고를 집중 조명했다.
역사상 위대한 테너였던 엔리코 카루소는 생전에 오페라 속 약 60개 역할을 소화했고 여신 마리아 칼라스는 대략 50개 역할을 맡았다. 현재 가장 유명한 소프라노인 르네 플레밍은 55개 역을 부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는 차원이 다르다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의 총감독을 지낸 조지프 볼페의 표현을 빌어 도밍고는 오페라 역사상 독보적인 존재로 “한 분야에 거인이 있다면 바로 플라시도 도밍고”라고 했다.
대부분의 성악가가 현역에서 은퇴하는 나이를 훨씬 넘어선 77세의 도밍고는 지난 60여 년간의 경력을 통해 약 4,000여 회 공연을 갖고 100개 이상의 앨범을 녹음했다. 현재까지 성악계를 대표하는 ‘쓰리 테너’ 중 하나로 전 세계에 친숙한 이미지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그는 변화하는 자신의 목소리에 맞춰 끊임없이 레퍼토리를 확대해왔으며 한편으로 유명한 지휘자이자 예술행정가 등 다방면에 걸쳐 활약을 하고 있다. 마치 3개 프로 스포츠에서 동시에 수퍼스타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고 NYT는 비유했다.
도밍고의 평소 왕성한 활동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너무 많이 부르기 때문에’ 성악가로서 수명이 짧아질 것이라는 전문가들과 동료 성악가들의 비판이 잇따랐다. 1972년 마리아 칼라스는 도밍고에 ‘너무 많이 부른다’고 지적했으며 도밍고가 60~70대에 들어서면서 주위에서는 ‘품위를 상실하기 전에’ 은퇴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밍고는 “쉬면 녹슨다”는 지론으로 활동을 계속해왔다. 테너로서 고음이 쇠퇴하자 바리톤 역할로 갈아탔다.
도밍고가 149번째로 맡은 역할은 지난 봄 뉴욕 메트에서 공연한 베르디 ‘루이자 밀러’의 바리톤 밀러 역이었으며 티켓은 매진됐다. 평론가 자카리 울프는 NYT 리뷰를 통해 도밍고의 목소리가 ‘건실하고 유연했다’고 평가했다. 울프는 또 도밍고가 ‘전형적인 베르디의 바리톤 가수라기보다 바리톤의 옷을 입은 노쇠한 테너 모습이었지만 귀와 눈을 믿기 어려울 만큼 놓치기 힘든 공연이었다’고 찬양했다.
피터 겔브 메트 총감독은 도밍고가 고령임에도 여전히 팬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그는 전설이다. 마치 야구팬이 말년의 베이브 루스를 보고 있는 격”이라고 표현했다.
스페인 출신으로 소년 시절 부모를 따라 멕시코로 이주한 도밍고는 1959년 멕시코시티에서 베르디의 ‘리골레토’로 데뷔한 후 빠르게 인기를 얻었으며 10년이 채 못돼 신변이상이 생긴 프랑코 코렐리의 대역으로 메트에 데뷔했다. 상대역은 소프라노 레나타 테발디였다. 이후 도밍고는 묵직한 바그너에서 가벼운 벨칸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오페라 스타일을 소화해냈다. 도밍고의 장기 가운데 하나는 베르디의 ‘오텔로’로 1990년대 그와 공연한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은 도밍고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도밍고가 일반 대중에 크게 어필한 것은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호세 카레라스 등과 함께한 ‘쓰리 테너’ 공연이었다. 첫 공연 앨범은 클래식 레코드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한 앨범 가운데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도밍고는 조만간 자신의 151번째 역할을 공개할 예정이다. LA오페라가 2019년 4월27일 개막하는 스페인 작곡가 마누엘 페넬라의 ‘엘 가토 몬테스: 와일드캣’(El Gato Montes: The Wildcat)의 주역이다.
LA오페라 시즌 개막작 22일부터 공연, 소프라노 애나 마리아 마티네즈 출연
■ LA오페라 ‘돈 카를로’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는 제임스 콘론이 지휘하고 이 시대 최고의 소프라노 애나 마리아 마티네즈가 프랑스 국왕 앙리 2세의 딸 엘리자베스 드 발루아 역을 맡았다.
LA오페라는 개막 당일 오후 6시부터 샌타모니카 피어와 실마 엘 카리소 커뮤니티 리저널팍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를 무료 상연한다.
LA뮤직센터 도로시 챈들러 파빌리언 공연 일정은 9월22일 오후 6시, 9월29일, 10월4일과 11일 오후 7시30분, 10월7일과 14일 오후 2시.
티켓 구입 LAOpera.org
문의 (213)972-8001
콘서트 형식 10월1일 채프만대 무대
■ 돈 카를로 인 콘서트
10월1일 오후 7시30분 무스코 아츠 센터
플라시도 도밍고가 로드리고를 노래하는 LA오페라 ‘돈 카를로’는 오는 10월1일 오후 7시30분 채프만대학교 무스코 센터 포 더 아츠(Musco Center for the Arts Chapman University 415 North Glassell Orange, CA 92866)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된다.
무스코 센터와 친분이 두터운 플라시도 도밍고가 제임스 콘론이 지휘하는 LA오페라 코러스와 오케스트라 협연으로 아리아를 선사한다.
티켓 구입. www.musco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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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