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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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집값, 바이어 의욕 떨어트린다

2018-08-23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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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가주택 시장, 스타터 홈 모두 바이어들 구입 꺼려

▶ 느린 임금 상승속도, 금리 상승, 학자금 빚 등 이유 다양


주택 구입 열기가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 주택 구입자들의 구입 의욕을 떨어 뜨리는 것은 치솟는 주택 가격이다. 구입 열기가 식어가는 현상은 고가 주택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가 주택 시장에서는 이미 시장에 나온 매물 숫자가 사려는 사람보다 증가하는 추세다. 첫 주택 구입자들이 많이 찾는 ‘스타터 홈’(Starter Home)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저가 위주인 스타터 홈의 경우 내년까지 주택 가격 상승이 예고되어 있어 아예 구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비자 재정 정보 사이트 ‘크레딧 닷컴’이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 이유들을 살펴봤다.

■ 이자율이 반등해서

주택 구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집값 뿐만이 아니다. 수시로 변동하는 모기지 이자율에 주택 구입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했던 모기지 이자율이 올해 초 상승세로 돌아섰다. 모기지 이자율은 앞으로도 하락보다는 상승 전망이 우세해 주택 구입자 주택 구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모기지 이자율이 더 오를 것이 확실시되면 구입자들 사이에서는 30년 만기와 같은 장기 대출을 꺼리는 경향이 나타난다. 대신 계약 기간이 1~2년으로 짧은 주택 임대 수요가 일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우선 주택 임대를 시작하고 향후 이자율과 주택 가격 등 주택 시장 추이를 관망하려는 대기 수요로 전환된다.

■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 때문에

총 학자금 부채액이 사상 최고인 1조 4,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1인당 학자금 부채액은 평균 약 3만 7,000달러를 넘어섰다.

학자금 부채액이 늘어나면 상환에 대한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미래 주택 구입자들인 대학생들의 크레딧 점수에까지 악영향이 미친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학자금 융자 연체 기록으로 크레딧 점수가 깎이는 경우도 많다.

대출 은행도 학자금 융자액이 높은 경우 비교적 까다로운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기 때문에 주택 구입에 반드시 필요한 모기지 대출을 받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최근 대학 졸업자들 중 상당수가 학자금 융자 상환 부담을 안고 있어 높은 주택 구입 열망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주택 구입에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다.

■ 임금 상승 속도 앞지른 집값 상승

돈을 아무리 열심히 벌어도 내 집 장만이 쉽지 않은 이유가 있다.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주택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연방 센서스국의 자료에 따르면 1940년 약 2,938달러에 불과하던 주택 중간 가격은 1960년에 약 1만 900달러로 5배나 높아졌고 1980년에는 약 4만 7,200달러, 1990년 약 7만 9,100달러, 2000년에는 약 11만 9,600달러로 10년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6년에는 주택 가격 상승 속도가 인플레이션 상승보다 약 2배나 빨라져 내 집 장만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결국 1981년 25~34세였던 평균 주택 구입 연령이 현재 약 44세로 높아져 젊은 층 주택 구입자들이 주택 시장에서 점차 밀려나는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

■ 여전히 쉽지 않은 다운페이먼트 마련

사상 최악의 주택 시장 침체를 겪으면서 다운페이먼트 규정이 한층 강화됐다. 침체 이전에는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아주 낮거나 심지어 전혀 없어도 주택 구입이 가능했지만 이제 먼 옛날 이야기에 불과하다. 대신 언제부터인가 모기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주택 구입 가격의 20%에 해당하는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이 대출 업계에 자리 잡았다.

주택가격 상승 이전에도 20%에 해당하는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최근 주택 가격이 해마다 치솟으면서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마련하는 일은 더욱 버거워졌고 마련 기간도 점차 연장되는 추세다. 다운페이먼트 자금을 마련할 때까지 주택 구입 시기를 미루는 구입자가 증가하면서 주택 구입 수요층에서 빠져 나가고 있다.

■ 구입할 만한 매물이 없어서

주택 시장이 침체에서 회복된 지 이미 수년째지만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은 부문이 있다. 주택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들자마자 사라지기 시작한 주택 매물이 벌써 수년째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침체 직후 쏟아져 나온 저가대 급매물은 대부분 대형 부동산 투자 기관들이 사들인 뒤 현재까지 임대용 주택으로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택 개발 업체 역시 사상 최악의 침체 이후 아직까지 몸을 사리는 모습으로 신규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 나온 주택 매물이 턱없이 부족해 집을 팔고도 이사 갈 집을 장만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주택 보유자들의 우려다. 결국 매물 부족 사태가 또 다른 매물 부족 현상을 만들며 주택 구입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만 반복되고 있다.

최근 주택 처분을 고려하는 베이비 부머 세대가 늘면서 주택 시장에 악영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집을 내놓는 베이비 부머 세대가 드물어 매물 부족 현상의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다른 세대와 마찬가지로 현재 살고 있는 집을 판 뒤 새로 이사 갈 집 장만에 대한 부담이 높아 쉽게 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베이비 부머 세대가 적지 않다.

■ 힘든 구입보다 편한 임대 선호 현상

‘집값도 비싸고 이자율도 오르는데 뭐하러 집을 구입하나’라는 의식이 많아졌다. 대신 주택 구입보다 부담이 적은 임대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2016년 주택 세입자 비율은 전체 가구 중 약 36.6%로 1965년(약 37%) 이후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다. 주택 임대와 구입을 결정할 때 각각의 비용을 비교한다.

최근 주택 임대료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임대가 유리한 지역도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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