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현장학습

2018-08-17 (금) 12:00:00 김미혜(한울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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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가끔 문제집을 함께 공부하자고 요청할 때가 있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초등학교 고학년이지만 여전히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다. 대충 읽어버리는 글을 녀석이 한번 읽고 다 이해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가끔 같이 읽자고 요청이 들어온다. 그것도 귀찮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흔쾌히 시간을 내주기도 한다.

읽기 지문으로 소개된 이야기는 ‘제너럴 셔먼 트리(General Sherman Tree)’에 관해서다. 높이 275피트, 둘레 13피트, 지름 36.5피트로 세계에서 제일 부피가 큰 나무이다. 이왕 시간을 내었으니 아들의 이해를 좀 더 돕기 위해서 함께 컴퓨터로 사진을 찾아보았다. 검색어만 넣자 바로 거대한 나무가 등장했다. 작은 화면으로 등장한 나무에도 나는 완전히 압도되고 말았다. 우와! 정말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3시간만 운전하고 가면 볼 수 있다고? 주말을 이용해서 직접 우리 눈으로 확인하고 오자고 아들과 약속을 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하지 않았던가. 나는 온 가족을 대동하고 계획에 없던 전원 현장학습을 추진했다. 구불구불 곡예를 하는 듯한 길을 자동차를 타고 귀가 먹먹해지는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 드디어 공원에 도착했다. 세계에서 제일 큰 나무를 본 아이들의 표정은 어떨까? 나의 마음은 콩닥콩닥 뛰었다. 이 거대한 자연의 웅장함 앞에서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어떤 것도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했던가? 거대한 자연 앞에 서 있으니 나 자신이 너무나 작은 미물처럼 느껴졌다.

당일치기를 결심하고 준비없이 와 보니 이곳은 하루에 볼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그래도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아이들과 함께 무난한 추천 코스를 찾아서 하이킹도 도전했다. ‘폭포만 보고 돌아가자’라는 말에 따라나선 아이들이 햇살은 뜨겁고 폭포는 나오지 않으니 조금씩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투덜거림이 점점 커질 때쯤 정상에 도착했다.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니 올라오며 힘들었던 고생이 싹 가시는 듯하다. 아~ 지금 나는 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느끼는 감격보다 투덜거리는 삼남매를 이끌고 이 트레일을 완주했다는 감격이 더 황홀함을 수줍게 고백하련다.

<김미혜(한울한국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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