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주택시장, 침체기 돌입하나

2018-08-16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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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도시 중심으로 주택매물 늘어, 융자신청은 감소

▶ 주택시장 과대평가 경고 잇달아, 침체기 준비해야


주택 시장 상황이 심상치 않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주택 시장 관련 지표는 기대와 달리 우려를 낳고 있다. 집값 급등의 일등 공신이었던 매물 부족 현상이 올봄 서서히 해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 봄 지난해보다 3배나 많은 양의 주택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매년 매물 감소를 우려했던 것과 반대의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만약 매물 공급 속도에 따라 집값 상승세는 둔화를 넘어서 하락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 주택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일부 도시의 집값은 이미 지난해보다 소폭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택 시장의 앞날을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 시장 침체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심상치 않은 주택시장 상황을 짚어봤다.

■ 갑자기 자극 받은 셀러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주목한 전망은 인터넷 경제 매체 ’달러콜랩스 닷컴’(Dollarcollapse.com)의 존 루비노 시장 전문가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다.


‘제2단계에 진입한 미국 주택 시장의 거품: 갑자기 자극받은 셀러들’(US Housing Bubble Enters Stage 2: Suddenly Motivated Sellers)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루비노 전문가는 주택 시장 침체기 중 제2단계에 진입 중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노 전문가에 따르면 주택 시장이 침체에 빠지기 전 흔히 세 단계의 현상을 거치게 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침체를 우려할만 징후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반면 전형적인 활황기 현상만 나타난다. 중앙 정부의 유동성 공급 등의 요인으로 주택 가격 상승에 가속도가 붙고 대출 규제가 완화돼 주택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제1단계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 자본까지 밀려 들어와 주택 구입 경쟁을 가열시키고 결국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제1단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 활황 종료에 대한 불안감

그러다가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서 주택 시장 활황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번지기 시작하는 단계가 제2단계다. 주택 시장의 잔치가 끝나기 전 집을 팔아서 수익을 챙겨야 한다는 우려감에 주택 매물이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한다.

매물 공급 속도가 빨라질수록 주택 가격 상승 속도는 둔화돼 결국 2단계의 끝자락에서는 집값 정체 현상이 나타난다.

매물 공급이 늘어 날수록 셀러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시기가 제3단계다. 내놔도 팔리지 않는 매물이 쌓여 가면서 스스로 가격을 내리기 시작하는 셀러가 하나둘씩 증가한다. 이때부터 추가 하락을 기대하는 바이어들이 주택 구입을 멈추고 셀러들은 가격 인하폭을 더욱 늘리는 악순환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침체기가 시작된다.

■ 현재 침체 2단계 상황


루비노 전문가는 최근 발표된 주택 시장 지표를 통해 미국 주택 시장이 제2단계에 들어서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루비노 전문가가 지목한 첫 번째 현상은 주택 매물 증가 현상이다. 한동안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던 매물이 올봄 급증하기 시작했다. 올봄 쏟아져 나온 주택 매물량은 지난해의 약 3배 수준이다. 올해가 주택 처분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셀러의 우려가 반영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매물 증가 현상은 주로 대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났다. 올봄 전국 100대 도시 중 약 30개 도시의 주택 매물량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뿐만 아니라 신규 분양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모기지 대출 신청 건수가 지난해보다 약 9%나 감소했다.

최근 주택 건설 업체들이 주택 신축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만약 신규 주택 판매까지 감소할 경우 팔리지 않는 매물이 빠르게 쌓여갈 수 있다

2단계는 본격적인 침체가 시작되는 3단계의 발판을 제공하는 단계다. 주택 매물 증가 현상이 지속되면 리스팅 가격보다 비싸게 체결되는 구입 가격이 점차 하락하는 현상이 이어진다.

하락폭이 커지기 전에 처분하려는 셀러들은 점점 더 낮은 가격에 집을 내놓기 시작한다.

결국 주택 시장의 거품이 서서히 걷히는 과정에서 주택 거래가 감소하고 융자 업계와 부동산 업계에까지 영향이 퍼진다.

결국 주택 시장 전반에 걸친 침체 현상으로 발전하게 되고 지난 2008년과 같은 모기지 연체, 주택 압류 등 최악의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 서서히 침체 준비해야 할 때

주택 시장이 이미 과대평가된 지역이 늘고 있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와 주택 시장의 제2단계 진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안전하겠다. 잘 나가던 주택 시장이 아무런 사전 경고 없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지난 2008년 경험했기 때문에 서서히 침체를 준비해야 할 시기다.

현재 보유 중인 주택에서 앞으로 10년 이상 거주할 계획이 확실하지 않다면 주택 처분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주택 시장 침체로 집값이 20% 이상 떨어졌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지 미리 생각해본다. 현재 주택 순자산 가치가 높은 상황이라면 주택 시장이 3단계에 진입하기 전에 보유 주택을 처분해야 주택 자산을 지킬 수 있다.

주택 구입 시기가 얼마 되지 않아 순자산 가치가 낮은 경우라면 주택 가격 하락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가격 하락으로 인해 주택 가치가 모기지 대출액 보다 낮아지는 ‘깡통 주택’으로 전락하기 쉽다. 깡통 주택의 경우 숏세일과 주택 압류 외에는 주택 처분 수단이 거의 없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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