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기 록밴드 래드윔프스가 군국주의 논란에 휩싸이며 내한공연 티켓 판매율이 반토막 났다.
공연업계에 따르면 오는 5일 오후 6시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열리는 래드윔프스 콘서트 티켓 판매율은 2일 기준 50% 선이다.
2천400석 규모 공연장의 티켓을 인터파크와 예스24가 절반씩 판매하는데, 두 곳을 합쳐 1천200석가량 판매됐다.
한 예매처 관계자는 "처음 예매를 시작했을 땐 저희가 맡은 1천200석 가운데 1천석이 팔렸는데, 400여건의 취소·환불표가 발생해 현재는 600석만 팔렸다"고 말했다.
다른 예매처 관계자는 "원래 내한공연은 소비자가 충동구매했다가 입금을 안 해서 자동취소되는 비율이 있긴 하다"며 "래드윔프스의 경우는 다른 공연에 견줘 취소율이 높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래드윔프스는 2016년 개봉한 인기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사운드트랙(OST) 작업을 맡아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밴드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갖춘 덕분에 2014년 첫 내한 때 이미 800석 규모 공연장을 매진시켰으며 이후 거의 매년 성황리에 한국 공연을 마쳤다. 특히 작년 여름에는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간판급출연자)로 내한해 높아진 인기를 실감케 했다.
그럼에도 올해 티켓 판매율이 저조한 건 우익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발단은 이들이 6월 발표한 노래 '히노마루'(일장기)였다.
'가슴에 손을 얹고 우러러보면 고동치는 피, 자랑스러운 이 몸에 깃든 고국의 영혼/ 자 가자! 해 뜨는 나라의 '높으신 이름'(일왕) 아래로/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고 파도가 밀려와도 우리들의 타오르는 영령은 꺾이지 않는다'라는 가사가 군국주의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커지자 보컬 노다 요지로(32·野田洋次郞)는 소셜미디어에 일본어와 영어로 반박글을 올렸다.
그는 "나는 폭력과 전쟁을 싫어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노래가 군가(軍歌)같다고 하지만 내 대답은 '아니오'다"라며 "이 노래의 가사는 대지진, 쓰나미, 태풍을 겪으며 일본에 사는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이 노래에 상처받은 팬이 있다면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래드윔프스는 과거에도 '닛폰폰'이라는 노래로 문제가 됐다. '나는 일본인 당신은 외국인…(중략)…이상한 정신으로 전쟁해서 완전히 당해버렸네/ 그런 아이처럼 가련한 우리를 다정하게 대해줘'라는 가사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전범국으로서 책임을 축소하고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J팝 전문가들은 한국 팬들의 래드윔프스 공연 보이콧에 수긍이 간다는 입장이다.
황선업 일본음악평론가는 "팬들이 충분히 거부감을 표할 권리가 있는 사안"이라며 "과거에도 일본 아티스트가 역사의식의 부재를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래드윔프스처럼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글로벌 프로모션하는 밴드라면 이런 노래가 전쟁 피해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더욱 고려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