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파 음악이란 무엇일까? 아니 고전음악이란 무엇일까? 솔직히 이런 말을 쓰는 나 역시 고전음악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음악이 그저 좋기는 한데 왜 좋은지 또 좋다면 왜, 어디다 써먹을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음악을 듣고 있다. 물론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라해도 고전음악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제대로 대답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고전음악이란 바로 고전파 음악시대부터 그 이름이 붙여져 왔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는 음악에서의 고전주의가 갖은 중요성과 그 위상을 우회적으로 추측해 볼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설명은 할 수는 없지만 나는 고전음악을 좋아한다. 아니 모든 (클래식)음악을 좋아하지만 특히 고전파 음악을 좋아한다. 고전 음악이 고독하게 들려오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이 고독하기 때문에 좋다는 것은 아니다. 인생이 어지럽고 원색적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무언가를 사색하게 하고 옷깃을 여미게 하고 건전한 사색… 개떡같은 인생을 잊게하는 음악이 좋을 뿐이다. 물론 그 속에도 나름 세계가 있다. 절망과 좌절도 느껴져 온다. 권태도 있고 막막한 시름도 느껴져 온다. 문제는 음악…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이러한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장송곡’ 속에서 생을 음미하고… 하나의 미뉴엣 속에서 인생의 춤을… 장엄한 알레그로 속에서 용기를 얻는다면 음악도 남는 장사다. 아니 시시콜콜한… (삶의) 아귀다툼에서 벗어나 한때나마 무릉도원의 안식에 젖어든다면 그것은 남는 장사일 뿐 아니라 대단히 성공한 장사이기도 하다.
내가 고전(음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음악이 나를 들여다 보게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음악은 인내와 고상함… 감동을 말하고 있는데 반하여 나는 성급하고 지름길찾기에 바쁘다. 물론 나는 이러한 이기심을 세상과 어우러질 수 있는, 유연함으로 가장하고 살지만 패배의 끝이 보이는 것은 너무도 뻔하다. 음악처럼 한길로 뻗는, 절제도 의지도 나에게는 뜬 구름일 뿐이다. 요한 세바스챤 바하는 ‘음악은 신이 내려준 최고의 선물’이라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철학자 니체는 “음악이 없는 삶은 실수다(mistake)”라고까지 했다. 이들의 말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들의 주장이 어떤 정신적인 지식이나 교양따위를 말하는 것일 뿐이라면 그것은 선물이 아니라 위화감만을 안기는 주장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음악이 지식이 아니라 어떤 고전주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 사람에게 고전에 대한 외경… 질투가 없다면 그것 역시 거짓말일 것이다. 사람이란 누구나 우아하고 기품있는…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사랑하기 마련이다. 외형의 아름다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외형은 다소 빛나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 표정에 기품이 있고, 내면에 은은한 무게가 느껴지는 어떤 것… 그런 것을 어쩌면 우리는 고전이라 부르는 것은 아닐까.
음악은 고대부터 악보가 존재했고 형식이 존재했지만 음악이 지엽적, 종교적 그밖에 사회적 지위 등 그 사용 용도에 저촉되지 않고 오직 음악이 음악을 위하여, 음악으로서 체계화된 (그 절정의)시기를 말한다면 바로 Classical(고전주의) 시대부터였다. 음악은 그 때까지만해도 귀족들의 귀를 즐겁게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다. 그러나 음악이 점차 그 가치가 존중되고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같은 고전파 작곡가들의 공로가 절대적이었다. 이 세 명의 대표적인 고전파들은(물론 그 당시 다른 많은 고전파 작곡가들이 활약하기도 했지만) 음악이라는, 당시만해도 공중 분해되어 있던 음악이라는 분자들을 공기(항아리)에 담아서 체계화하고 알기 쉽기 분리한 일등 공신들이었다. 물론 그것은 형식적인 분리 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그들(귀족)만의 잔치에서 벗어나 어떤 보편적인 가치… 자유로운 영혼을 담는 탈출구를 모색했다는 점에 그들의 위대성이 있다할 것이었다.
고전파 음악 속에는 형식과 절제(중용)가 있었다. 바이올린은 바이올린대로 첼로는 첼로대로 타악기는 타악기, 관악기는 관악기대로 다른 성향과 맡은 바 개성과 역할이 따로 있다. 그 중 하나라도 넘치거나 모자랄 경우 음악은 조화가 깨져버리고 만다. 물론 이러한 각자의 역할을 하나의 음악에 담아 하모니로 연주할 수 있게 만든 (고전파의)예술가들… 아니 음악이야말로 신비가 아닐 수 없지만Classical Music이란 그저 우연히 울리는 꽹과리 소리가 아니요 그 속에 우주가 있고 도(道)가 들어있었다.
음악이란 다른게 아니다. 그것은 공중에 흩어져 있는 영혼을 부르는 소리다. 무엇보다도, 감동으로 나가는 소리… 혼을 부르는 처절한 극복이 있었다. 인생에는, 아니 모든 삼라만상에는 법칙이 있고 서로 이유가 있고 또 슬픔과 감동이 있다. 음악이 없는 삶은 실수다. 이것은 아마도 고전이 없는 삶, 고전처럼 당당히 걷지 못한 삶, 무엇보다도 내면의 초연함… 그 감동이 없는 삶이 실수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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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