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2인 3각 경기

2018-07-21 (토) 12:00:00 양주옥(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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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의 자녀 결혼식을 다녀왔다. 혼자 사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결혼 적령기도 늦어져서 혼기 찬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느는 요즘 세상에 반갑고 복된 자리였다. 혼자 사는 것이 좋은 점도 있겠지만 결혼해서 함께 살면서 배우고 느끼고 얻는 것들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기에 난 결혼을 주장하는 편이다. 젊었을 적에는 신랑 신부의 친구이거나 아니면 반주를 부탁받아 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부모님의 지인으로 가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다 보니 같은 부모의 심정이 되어 하객의 자리에 앉아 함께 눈물을 흘리곤 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모두 출가를 하고 난 다음엔 부모로 그 자리에 앉으면 어떤 심정인지 알기에 더 그렇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기쁨과 감격, 살면서 함께 했던 많은 추억들, 때로는 아프고 힘들었던 지난날들 또 배우자를 만나서 행복해 하는 모습과 결혼을 준비하던 과정들...... 짧은 예식 중에 그 많은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만감이 교차한다. 그 심정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 가정을 이루는 자녀들을 보며 인생 선배로서 염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잘 살기를 바라고 축복하는 마음이 크다.

그러면서 한편 자녀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았다. 열심히 공부하고 안정된 직장에 다니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한다는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어른 되는 과정이 또한 쉽지 않다. 결혼 준비부터 둘이 하나가 되려니 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결혼식 당일은 그 절정이다. 그들 인생 최고의 날이다. 부모님 생각하니 감사하고 막상 떠나려니 두렵고 기대도 되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음껏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하다.

너무나 싱그럽고 멋진 신랑과 신부 그리고 친지와 하객들을 보면서 난 갑자기 어린시절 운동회에서 함께했던 2인 3각 경기가 떠올랐다. 서로 호흡을 맞춰야 잘 달릴 수 있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앞서 서두르면 넘어지고 상처만 남을 뿐 끝까지 달릴 수 없다 .이제 출발선에 선 저들이 서로를 배려하고 보듬으면서 살다 보면, 어렵고 힘든 순간들도 잘 이겨나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신혼 부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고 더 겸손해져야 이 세상 모든 인간관계에서도 진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양주옥(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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