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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켜켜이 왕조의 숨결… 거리 곳곳 한옥의 물결

2018-07-20 (금) 글·사진(전주)=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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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500년’발상지 전주···태조 이성계 어진 봉안된 경기전

▶ 임진왜란에도 실록 지킨 전주사고, 700여채의 한옥 전통마을이 품어

골목 켜켜이 왕조의 숨결… 거리 곳곳 한옥의 물결

한옥마을 한복판에 위치한 경기전을 찾은 여행객들이 한복을 차려 입고 활짝 웃고 있다.

골목 켜켜이 왕조의 숨결… 거리 곳곳 한옥의 물결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전동성당을 찾은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골목 켜켜이 왕조의 숨결… 거리 곳곳 한옥의 물결

한옥마을 인근의 자만 벽화마을을 찾은 여행객이 구두를 살펴보고 있다.


전라북도 전주는 조선왕실의 본향으로 태조 이성계의 선대들이 대대로 삶의 터전을 일구고 살았던 도시다. 지금도 도심 한복판에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마을을 품은 전주는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와 선조들의 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여행지이기도 하다. 여행의 요체가 멋스러운 경치와 입맛을 돋우는 맛난 먹거리라면, 전주만큼 이 두 가지를 너끈히 충족하는 국내 관광지도 드물다. 고속버스로 서울에서는 2시간 30분, 부산에서는 3시간 30분이면 닿는 전주를 올여름 여행 리스트의 맨 윗줄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700여채의 전통가옥이 한데 모인 한옥마을의 중심에는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어진(왕의 초상)을 모신 경기전(慶基殿)이 있다. 조선은 건국 후 한양을 비롯해 전주·영흥·경주·평양·개경 등 여섯 곳에 태조 어진을 봉안했다. 경기전이라는 이름은 ‘왕조가 일어난 경사스러운 터’라는 의미다. 태종 10년(1410)에 지어진 경기전은 선조 30년(1597) 정유재란 때 소실됐다가 광해군 6년(1614)에 중건됐다.

정문을 지나 일직선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푸른 곤룡포를 입은 태조가 정면을 바라보고 용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모사한 어진이 봉안된 정전이 나온다. 이 어진은 권오창 화백이 지난 1999년 모사한 것으로 고종 때 모사한 태조 어진(국보 제317호)은 경기전 내의 어진박물관 수장고에 옮겨져 있다.


경기전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해 국가 중요서적을 보관하던 전주사고(全州史庫)가 자리하고 있다. 1997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조실록(국보 제151호)은 태조부터 철종까지 총 25대 472년간의 역사를 기록한 것으로 그 분량이 1,893권 888책에 이르는 방대한 역사서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전까지 조선시대에는 전국 네 곳의 사고에서 실록을 보관하고 있었다. 네 곳의 사고 가운데 임진왜란의 참화를 피한 곳은 전주가 유일했다. 혼란스러운 전란의 와중에 실록이 소실될 것을 우려한 전주 지역의 선비와 승려들이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직후 사재를 털어 실록을 정읍 내장산에 옮겨 안전하게 보존한 덕분이다.

전주사고를 지나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이내 국내 유일의 왕 초상화 전문박물관인 어진박물관이 나온다. 2010년 개관한 어진박물관은 지상 1층에 태조 어진을 모신 ‘어진실1’, 지하 1층에는 세종·영조 등의 어진이 있는 ‘어진실2’, 어진을 봉안할 때 쓰였던 유물과 가마가 전시된 역사실과 가마실·기획전시실·수장고 등으로 구성됐다.

경기전의 관람료는 성인 기준으로 외지에서 온 여행객은 3,000원, 전주 시민은 1,000원이다. 하절기(3~10월)에는 오전9시부터 오후7시까지, 동절기(11~2월)에는 오전9시부터 오후6시까지 운영한다.

경기전의 맞은편에 위치한 전동성당도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명소다. 서울 명동성당, 대구 계산성당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성당 중 하나로 꼽히는 전동성당은 호남 지역의 서양식 근대 건축물 가운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908년 프랑스인인 프와넬 신부의 설계로 착공해 1914년에 준공된 전동성당은 우리나라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로 알려진 윤지충과 권상연이 1791년 처형당한 자리 위에 세워졌다. 박신양·전도연 주연의 영화 ‘약속(1998)’에서 두 남녀가 사랑을 맹세했던 장소로도 유명하다.

한옥마을 입구에서 도보로 5분이면 닿는 자만벽화마을도 가볼 만하다. 원래 이 마을은 6·25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빈민촌이었다. 다 스러져 가던 달동네가 관광 명소로 탈바꿈한 것은 2012년 주민들과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이 의기투합해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주택 40여채에 벽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다. 자만마을은 높은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어 한옥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등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있다.

<글·사진(전주)=나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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