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파마
2018-07-19 (목) 08:20:45
김주성(주부)
미국에 살면서 잘 가지 않는 곳 중 하나는 미용실이다. 한국에 비해 미용실이 많지 않고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를 한번 자르면 길러서 묶고 다니다가 더이상 어찌 할 수 없을 때 미용실을 가게 된다. 나도 미용실을 가지 않으니 아이들도 잘 가지 않고 집에서 내가 다 잘라준다. 그래서 종종 아이들 인물을 망쳐 놓을 때도 있다. 몇년째 머리를 잘라주고 있지만 실력이 정말 늘지 않는다. 요즘은 유튜브에 미용실 원장님들이 머리 자르는 동영상도 많이 올리셔서 열심히 공부하고 아들아이의 머리를 자르건만 모양은 영 딴판이 된다.
작년 여름 한국에 갔을 때 우리 딸은 생애 첫 파마를 하고, 나도 예쁘게 머리를 자르고 파마도 하고 염색도 했다. 어느덧 일년이 지나니 우리 딸의 머리가 허리까지 오고 부시시했으며, 나의 단발 머리도 긴 머리가 되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여름도 되고 방학도 되서 시간도 있으니 미용실에 가기로 했다. 주위의 친구들에게 수소문해서 가격도 좋고 평도 좋은 미용실로 가게 되었다.
미용실은 깨끗했고, 상냥하고 쾌활하신 원장님이 우리들을 반겨주셨다. 나의 머리 상태를 보시고는 머리는 자른 지 1년이 넘고 관리도 잘 안 하고 길러서 묶고 다닌다고 가끔은 머리를 자르라고 한말씀 하셨다. 어떤 머리를 원하냐는 물음에 머리숱 많아 보이고 파마를 하고 싶다고 했다. 원장님은 어떤 스타일인지 알겠다고 하시고 머리를 자르고 파마를 해주셨다. 파마를 기다리면서 우리 딸도 예쁘고 단정하게 머리를 자르고 나는 파마를 풀게 되었다. 원장님은 머리를 두번 정도 감으면 지금보다 훨씬 예뻐지고 파마도 1년은 족히 갈거라고 하셨다.
파마는 아주 잘 되었다. 보글보글 머리숱도 많아 보이고 생기도 있어 보이고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파마가 아주 매우 잘 나왔다. 문제는 집에 와서 머리를 감고 드라이어를 했는데 미스코리아 머리가 되었다. 이럴 수가… 원장님과 내 손은 틀린가 보다.
인터넷에서 파마 빨리 풀리는 법을 검색해서 열심히 해보았다. 그러나 나의 머리는 풀렸던 파마가 머리를 감으면 다시 뽀글뽀글 살아나는 한여름 납량특집이었다. 풀린 줄 알았던 파마가 감기만 하면 다시 살아나다니…
파마를 한 지 한달이 되어간다. 아직도 나의 파마는 어제 한 것 같다. 이제는 나의 모습에 좀 적응되는 것도 같다. 1년은 거뜬히 견디어 낼 나의 파마 머리를 해주신 원장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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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