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년 전부터 한국 사찰에서 수행과 포교활동을 지속해온 고찰 7곳이 한국의 13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결정되었다.
지난달 30일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심의 결과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7개 사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최종 확정됐다.
지금까지 법맥이 이어져온 사찰들의 법당은 예술적 가치뿐 아니라 문화적, 사회적, 과학적, 기술적 가치를 인정받아온 곳들이다.
오래전 여름 수련회 때 80여명 학생, 선생님과 학부모와 함께 부안 내소사에 다녀왔었다. 수령1500여년 된 전나무들이 한여름 시원하게 우리들을 반겨줬다. 일렬로 쭉 뻗은 전나무들의 향연과 피톤치드(phytoncide, 식물 속 치유물질)의 속삭임에 몸과 마음이 힐링되는 것 같았다. 속세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내는 듯했다.
내소사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ㅁ’자 가람배치의 정점인 대웅보전(보물291호)이다. 조선 중기 건축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축물로 아름답고 정교하다. 고려 동종(구리 종), 영산회괘불탱화 같은 국가 보물과 내소사 3층 석탑 등 문화재와 수령이 천년 가량된 내소사의 느티나무도 연륜을 느끼게 했다.
대웅보전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보현보살님과 좌측에는 문수보살이 모셔져 있었고 대웅보전 불상뒤 벽에 그려진 관음보살좌상은 한국에서 가장 큰 것이라고 한다.
법당 건립 당시에 철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침을 사용하였다니 선조들의 지혜를 느낄 수 있었다. 대웅보전 전설로 내려오는 이야기는 한사미승이 법당을 지을 때 목수를 놀려주려고 목침 하나를 숨겨 지금도 용머리 옆에 목침이 하나 빠져 있는 모습이 옛날 전설로 남아 있었고, 단청을 하는 동안 절대 법당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여러 날 기척이 없어 궁금해진 사미승이 문틈으로 엿보니 푸른 새 한 마리가 붓을 문 채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를 눈치챈 새가 마무리를 못하고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미완성의 대웅보전으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대웅보전의 동쪽 도리 중 하나는 바닥에 색칠만 한 채 단청을 넣지 못했다. 화려한 장식과 연꽃, 국화, 모란 등 여러 꽃무늬를 조각한 꽃문살은 화사한 꽃밭을 연상하듯 인상적이었다. 고즈넉한 절 내소사의 대웅보전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날로그적인 분위기와 색채로 중후함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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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실리콘밸리 한인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