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기 좋은 매물일수록 꼼꼼히 살펴라

2018-07-05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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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속임용 덧칠된 매물 간혹 나와 주의해야

▶ 원목 마루 결함 속이는 양탄자 아래 잘 살펴야

요즘 바이어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는 매물이 많다. 분명 새로 지어 분양하는 집이 아닌데 내부가 마치 분양 사무소의 모델 하우스처럼 마음에 쏙 들게 꾸며진 매물들이다. 기존 매물을 판매 목적으로 새 단장하는 이같은 ‘홈 스테이징’(Home Staging)이 실시된 매물로 최근 홈 스테이징이 주택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홈 스테이징은 집안을 뜯어고치는 리모델링과 달리 가구 재배치와 페인트칠, 실내 장식용 소품 등의 간단한 방법으로 실내 공간을 재단장하는 작업이다. 홈 스테이징은 주택의 장점과 가능성을 최대한 부각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때로는 주택의 단점이나 결함을 감추려는 의도로도 홈 스테이징이 사용될 때가 있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 닷컴’이 홈 스테이징 속에 감춰지기 쉬운 결함을 파헤쳤다.

■ 벽지 위에 덧칠한 페인트

밋밋한 벽을 장식하기 위해 여러 무늬가 인쇄된 벽지를 바르거나 페인트를 칠한다. 벽지나 페인트가 칠해진 벽 위에 장식용 액자 등을 걸어 마무리하는 것이 실내 벽 장식의 정석이다. 그런데 벽지를 활용한 벽 장식법은 이제 한물 간 장식법이 됐다. 대신 대부분의 집은 원하는 색상을 마음대로 칠할 수 있는 페인트로 실내 벽을 꾸미고 있다.


지은지 오래된 일부 매물 중 낡은 벽지를 가리기 위해 벽지 위에 페인트로 덧칠해 바이어의 눈을 속이려는 경우가 있다. 올바른 방법대로라면 기존 벽지를 모두 제거하고 페인트를 새로 칠해야 하는데 벽지 제거 작업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눈속임용 덧칠이 된 매물이 간혹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벽에 발생한 결함을 가리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액자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벽에 난 못 자국이나 균열, 또는 곰팡이와 같은 심각한 결함을 간단히 숨기기 위한 방법으로 멋진 그림의 액자가 흔히 사용되기 때문에 그림을 감상할 시간에 액자 뒷면의 벽 상태까지 확인하면 안전하다.

■ 애완 동물 소변

애완동물을 키우는 집이 많다. 애완동물은 함께 있는 동안은 즐거움을 주지만 집을 팔 때만큼은 철저히 숨겨야 할 존재다. 애완동물을 선호하지 않는 바이어가 많고 애완동물 선호자라고 해도 애완동물에 의한 파손을 의심하는 바이어가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럴싸한 홈 스테이징이 실시된 매물이라도 애완동물의 흔적이 의심되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매물 상태를 살펴야 한다.

애완동물에 의한 주택 손상 중 눈에 잘 띄지 않는 손상이 있다. 애완동물의 소변으로 인한 손상은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는 찾기 힘들다. 애완동물의 소변이나 배설물이 주택 구조에 직접적인 손상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실내 공간 중 한 공간이 애완동물의 소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목재가 벗겨지거나 뒤틀리는 손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애완동물 소변으로 인한 손상을 감추기 위한 방법으로는 카펫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카펫을 들췄는데 바닥의 색상이 바랬거나 울퉁불퉁한 뒤틀림 현상이 있다면 애완동물에 의한 손상으로 볼 수 있다.

■ 어색한 가구 배치

홈 스테이징의 비밀은 바로 가구 재배치에 있다. 가구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실내 공간 활용도가 달라지고 주택의 가치까지 오른다. 실내 가구 배치의 정석은 봤을 때 어색함이 없이 조화를 잘 이루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을 받게 하는 가구 배치 형태가 있다.


이런 느낌을 받는다면 원인을 찾아내야 그 속에 감춰진 결함도 발견할 수 있다. 양탄자 구석에 다른 가구와 떨어져 ‘홀로’ 놓인 의자, 일상적인 가구 배치 장소가 아닌 벽난로 옆과 같은 장소에 배치된 가구 등은 의심을 주기에 충분한 가구 배치다. 의자 아래 양탄자를 들춰보고 벽난로 주위도 자세히 살펴보면서 특이한 결함이 없는지 찾아봐야 한다.

홈 스테이징에 사용된 각 가구와 가전제품의 크기도 점검 대상이다. 지은 지 오래된 주택 중에는 최신 트렌드의 가구나 가전제품을 들여놓기에 공간이 협소한 주택이 많다. 협소한 공간에 맞는 특수 제작 가구나 평균 크기보다 작은 가전제품이 홈 스테이징에 사용될 수도 있다.

■ 조금 튀어 나온 듯한 양탄자

원목 마루는 고급스럽고 기품 있는 실내 공간을 꾸며줘 최고의 바닥재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관리는 까다로워 자칫하면 주택 가치를 떨어뜨리기도 쉽다. 원목 마루로 바닥이 설치된 경우 각종 흠집이나 물에 의한 뒤틀림 손상 등을 의심해서 살펴야 한다. 원목 마루에 발생한 결함을 감추기 위해 가장 흔히 사용되는 것인 양탄자와 같은 장식용 소품이다.

원목 마루 위에 장식용 양탄자가 깔려 있다면 그 위로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평평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이상한 소리를 내는지 않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유독 불쑥 튀어나온 부분이 느껴지면 뒤틀림 현상이 의심되고 ‘끼익’하는 소리가 나는 부분은 건물 구조 문제까지 의심되는 현상이다.

■ 소음을 덮으려는 실내 음악

신규 분양 주택의 모델 하우스나 일반 매물의 오픈 하우스를 방문하면 은은한 음악이 흘러나올 때가 많다. 바이어 입장에서는 마치 자기 집에 온 것과 같은 편안한 느낌으로 집을 둘러보고 가라는 셀러의 호의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좋은 의도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함을 감추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때도 있다.

집이 대로변 또는 프리웨이 인근에 위치해 차량 통행에 의한 소음이 심하거나 신규 분양 주택의 경우 인근 건축 현장의 소음으로 바이어가 집을 둘러보는데 방향을 받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함인 소음을 감추기 위한 목적으로 음악이 자주 사용된다.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음악 외에 다른 소음에도 주의해서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 단점을 장점처럼 부각시키려는 매물 설명

매물을 방문하지도 않고 매물의 숨겨진 결함이 보일 때도 있다. 매물 검색 사이트에 적힌 매물 설명을 자세히 읽다 보면 잘 포장된 표현 속에 매물의 단점을 의심해볼 만한 문구들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아늑한 느낌’(Comfortable), ‘숨겨진 보물’(Hidden Gem), ‘낮은 관리비’(Low Maintenance) 등으로 매물 설명이 잘 포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표현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아늑하다는 것은 ‘규모가 작은 집’, 숨겨진 보물은 ‘수리가 실시되면 가치가 오를 집’(Fixer-Upper), 낮은 관리비는 ‘마당이 협소한 집’이란 뜻도 내포하고 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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