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2014년 4월 16일

2018-07-03 (화) 12:00:00 강희선(SF공감 회원)
크게 작게
이날은 기억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게 지나갈 많고 많은 날 중의 하루였다. 적어도 그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말이다. 나는 그 날도 평소와 같이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 무슨 여객선 사고가 났다하여 무심코 TV를 켜고 보기 시작했다. 시시각각으로 전해오는 뉴스를 보며 점점 그 심각성을 깨닫고 마음 졸이고, 마지막까지 단 한 명이라도 살아나오기를 바라고 또 바랐건만 우리의 실낱같은 희망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때의 절망감과 무기력함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21세기를 사는 첨단과학의 시대에 이런 일을 우리 눈앞에서 실시간 생방송으로 보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을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매일 믿고 봤던, TV 뉴스와 신문기사들이 더 이상 믿을 수만은 없는 매체가 되어버린 엄청난 혼돈의 시간을 겪었다. 진실은 무엇이며, 왜 그 진실들이 왜곡되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누구에 의해서? 많은 의혹이 제기되었고 아직도 풀리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

그 사건 후 진실을 알고자 간간이 미국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위해 찾아 봤던 한 미주 여성 커뮤니티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곳에서도 나처럼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그리고 정부의 대처가 왜 그리 무능했는지?,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등등 문제를 제기하며 대다수가 눈물로 의견을 나누고, 아파했다. 우리의 아이들을 무참히 보내야 했던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모으자는 모임이 전 미주지역에서 일어났고 내가 속해 있는 SF공감도 그때가 기원이 되어 사회 전반에 걸친 안전 시스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인권 등의 문제에 관심의 영역을 넓혀 사회 정의 실현과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작은 실천을 통한 변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그 얘기냐?” 하며 지겹다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날 그 사건은 나에게 어떤 전환점을 갖게 했다. 싸움판이라 여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이 부정과 불의를 방치하는 죄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여전히 정치를 잘 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계속 관심을 갖고 좀더 정의로운 세상을 꿈꿔본다. 세월호의 에어포켓을 보며 가슴 저리게 절실하고 애타게 희망했던 기도의 구절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나는 아직도 이 구절을 내 휴대폰 카톡 Status Message에 담고 있다.

<강희선(SF공감 회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