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의 장군 장사귀가 고구려 원정 당시 태종이 바다를 두려워 승선을 거절하자 배에 흙을 깔아 육상처럼 꾸며 황제를 안심시켜 바다를 건넜다는 뜻에서 나온 '만천과해' 라는 말이 있는데 지금 남북한의 화해 분위기에 의심하는 사람들이 쓸 수 있는 말이다.
북한을 말하면 빨갱이라는 단어가 생각나는 때가 있었다. 삐라를 주워 오면 포상을 주고,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신고하고, 간첩을 발견하고 신고하여 잡히기만 하면 로토에 당첨이나 되는 것처럼 큰 포상을 내걸어 가난한 국민들에게 호기심을 갖게 하기도 했었다. 반공 또는 멸공을 외치며 고등학교 시절에 교련 수업을 의무적으로 받을 때도 있었고 북한사람들은 다 괴물처럼 생겼을 것으로 생각하는 때가 있었으니 세월이 참 많이 변했다.
며칠 전에 뉴저지 클로스터 지역에 살고 계시는 유목사님 댁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친북 미주 동포들이 가끔 모이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듣기는 했지만 계획하는 일이 있어서 평소 알고 지내는 김사장님의 배려로 저녁 식사 겸 모이는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약 10여명이 모였고 음식은 진수성찬이었다. 그곳에 중동지역에 이란 출신 분도 계셨는데 모두 가까운 사람들이라는 것을 대화의 내용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처음 만나는 분들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북한을 가까이 하는 분들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무엇인가 불편하기는 했는데 왜 그런 생각 또는 기분을 느껴야 할까? 한 분 한 분이 다 귀한 분들인데 이질감을 가져야 할까? 평소 북한을 갔다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모두 가난하다는 것과 자유가 없다는 것 등에 대한 이야기 외에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몇 년 전에는 북한을 자주 다니는 김장로님을 통하여 북한에서 발행한 성경책과 찬송가 책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지만 읽어 보지 않았다.
약 7년 전에 고어헤드 선교회가 돌보고 있는 중국 고아들을 방문하기 위하여 단동이라는 지역을 가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북한 선물센터에서 북한 노래 CD를 한 장을 사가지고 온 적이 있다. 그 CD를 샀던 가게에서 특이한 것은 보물처럼 여긴다고 느꼈던 김일성, 김정일씨의 가슴에 달 수 있는 배지가 판매되는 물건들 속에서 한 주먹씩 뒹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북한을 알리는 방송 또는 언론을 운영하는 것 같은 기자라고 하는 분이 50여일동안 주로 동유럽 쪽을 중심으로 10여곳의 나라를 다니며 남북평화를 위한 세미나 등을 하고 돌아 왔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 민족이 남북한으로 나누어지고 그 속에 숨어 있는 큰 가로막이 두껍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그 기자의 이야기 중에 어느 심리학자의 강연 속에서 네 가지의 유리창 유형이 있는데 하나는 투명해서 너도 나를 보고 나도 너를 볼 수 있는 유리창, 두 번째는 나는 너를 볼 수 있지만 너는 나를 볼 수 없는 유리창, 세 번째는 나는 너를 볼 수 없는데 너는 나를 볼 수 있는 유리창, 마지막 하나는 나도 너를 볼 수 없고 너도 나를 볼 수 없는 벽과 같은 유리창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 때문에 상대방은 오해를 할 수 있고 반대로 관계를 잘 풀어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북한의 관계가 이 관계 속에 있었고, 미국과 북한과의 관계도 이런 관계였는데 이번 남북회담이 서로를 볼 수 있는 관계로 나온 것처럼 미국과 북한도 서로 마음을 터놓고 문제를 풀어가는 관계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나면 북한이야기 남한 이야기 그리고 미국 생활 이야기를 하면서 위로하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기도 하여 미움이 사랑으로 변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곧 남북한 회담에서 서울과 평양의 철도와 고속도로 개통을 논의한다는 말이 있는데 속히 그 날이 와서 서로 왕래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지난 5월8일에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단법인 평화번영재단을 발족하고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그 중에서도 남북한의 화해 분위기를 정착하고 의약품과 국민 건강을 위하여 봉사하고자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상호부조(相互扶助)의 정신을 실천하고,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이 서로 공존공생(共存共生)하는 시대가 열리기를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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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조/ 목사·고어헤드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