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엄마, 너모 너모 보고싶었떠

2018-06-19 (화) 12:00:00 강희선(SF공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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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너모 너모 보고싶었떠.” 세상에서 이렇게 달콤하고 심장 콩닥거리게 하며 엔돌핀 솟구치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우리 큰 아이가 5살 때 처음으로 유치원에서 1박 2일의 캠프를 다녀온 후 일을 마치고 온 나에게 한 말이다. 가끔 아이의 이 말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어들어 미소도 짓고, 마음이 찡해지기도 한다.

큰 아이를 낳고 3달의 휴가를 마치고 복직을 했다. 아이는 우유를 먹는 양도 많지 않았고 그나마 먹은 것을 자주 토하고 잔병치레를 했다. 그런 아이를 이웃집 아주머니께 맡기고 출근을 할 때면 아이는 동네어귀를 떠날 때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었지만, 항상 마음이 아프고 귓가에 울음소리가 떠나지 않았다. 퇴근 후 내 잠옷을 끌어안고 엄지 손가락을 빨다 잠든 아이를 보면 어찌나 안쓰럽던지.


그런 경험 탓인지 큰 아이를 생각하면 늘 안쓰럽고, 애잔하고 마음 어디 한구석이 아리다. 하지만 아이를 엄하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에 사랑스러운 만큼, 엄격하기도 했다. 그래서 두 아이 모두 비교적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아이들로 성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아이들에게 엄격했던 내 자신을 자책하고 후회했다. 그때는 그것이 잘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자라고 나서 생각해보니, 옳고 그름을 가르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와 함께 사랑 표현도 칭찬도 많이 해주었어야 했다.

나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많이 부족했던 엄마였다. 그렇게 여리고 사랑스럽던 아이들에게 마음껏 사랑 표현을 해주지 못했던 것 때문에 얼마 전까지도 많이 힘들어하다 카운셀링을 받았는데, 그분께서 하신 말씀이 많은 위로가 됐다. “나도 카운셀링을 하는 사람이지만, 엄마로서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부모의 역할을 배워나가는 거죠. 지나간 일에 연연해서 마음 아파하지 말고, 앞으로 더 잘해주시면 돼요.”

그래서 가끔 문자로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표현해본다. 그럼 아이들이 갑자기 전화를 한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하고 말이다. 아이들이 생각할 때 엄마가 평소 안하던 행동을 하니 많이 놀랜 모양이다. 이제는 서로 포옹도 하고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여전히 부족한 엄마지만, 나는 아이들을 사랑함에 틀림없고, 그 아이들을 위해 묵묵한 기다림과 간섭없는 사랑을 실천하려 노력할 것이다. “정현아, 성현아, 엄마가 많이 사랑해.”

<강희선(SF공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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