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nglish for the Soul] Spiral of Silence / 침묵의 나선(螺線)

2018-06-16 (토) 12:00:00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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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ruelest lies are often told in silence.
가장 잔인한 거짓말은 종종 침묵으로 말해진다.

Silence begets silence. 침묵이 침묵을 낳는다. 침묵은 침묵을 부른다. 'beget'[비겟ㅌ]은 자식을 낳는다는 뜻. 작정하고 신약성경 제대로 읽어 보겠노라 "마태복음" 1장을 편 사람들, 바로 이 'beget'란 단어에 질려 제대로 시험에 든다든가요.

Abraham begat Isaac; and Isaac begat Jacob; and Jacob begat Judas and his brethren;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 그렇게 누가 누굴 낳고, 누가 누굴 낳고, 누가 누굴 낳다가 ...... "야곱은 마리아의 남편 요셉을 낳았으니, 마리아에게서 그리스도라 칭하는 예수가 나시니라." And Jacob begat Joseph the husband of Mary, of whom was born Jesus, who is called Christ. [1:16]


영어 동사 'beget'을 확실하게 '감 잡기' 위해 서론이 다소 길었군요. 하지만, 오늘 얘기의 주제는 다름아닌 사회적 침묵의 고약한 속성을 까발리는 '침묵의 나선'

이론. 1960년대 중반에 나왔으니 꽤나 케케묵은 이론? 그래도, 1980년 초반[제 미국 유학 시절], 언론 학설들 가운데 백미였죠. 대중매체론[Mass Media] 과목 기말 리포트로 "Spiral of Silence in Korean Mass Media"란 논문을 제출했던 기억도 있으니까요.

세월이 제법 흐른 지금 2018년 6월 초순, 고색창연한 이론을 다시금 되새기려는 이유는?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와 언론현실 가운데 은연중에 도드라진 느낌으로 다가오는게 바로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에 관한 합리적 의심! 물론, 다수의 여론몰이 왜곡/조작 언론들은 이미 잔뜩 재미를 본 터라, 숨어 침묵하는 '다수'를 차마 감지하지 못하리라.

The cruelest lies are often told in silence.
가장 잔인한 거짓말은 종종 침묵으로 말해진다.

침묵의 나선 이론. Spiral of Silence Theory. '스파이럴'은 나선(螺旋)이니 즉 '물체의 겉모양이 소라 껍데기처럼 빙빙 비틀린 것'을 뜻합니다. 소라의 위는 크고 아래는 아주 작은 것처럼, 사회적 동의가 큰 이슈는 크게 들리고, 소수 의견이나 위험한 사고(思考)는 침묵 속에 파묻혀 소라의 맨 아래처럼 거의 미미할 뿐. 어떤 특정한 의견을 다수가 떠드는 중이라면, 소수의 반대파는 사회적 따돌림/고립에 대한 공포로 인해 침묵하려 하는 경향이 커질 수 밖에.

다들 평화 무드에 젖어드는데, 나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했다간 몰매맞기 십상. 촉석봉정(矗石逢釘)이라! 모난 돌 정 맞는다 하잖든가. 그저 무리에 섞여 함께 흐름이 신상에 좋으니라. 그러니, 왠만한 민초들, 설사 뚜렷한 자기 주관이 있다 해도, 대략 '침묵의 나선' 밑바닥에 주저 앉고 말더라? 하긴, 사회정의[social justice]란 게 본래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던가.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굳이 나댈 이유 없잖은가. 그렇게 조용히 침묵하는 군중은 마침내 ‘유유상종’ 함께 침묵하는 우매한 군중을 낳습니다. 그래서, Silence begets silence.

침묵이 침묵을 낳고, 그래서 점점 조용한 사회가 진행되다 보면, 전체주의 독재체제까지 가능해진다는게 '침묵의 나선' 이론이 시사하는 지극히 위험한 사나리오. 그리고 그 와중에 진짜 참혹한 사태들도 그럭저럭 눈감고 넘어가게 된다더라? The cruelest lies are often told in silence. 가장 잔인무도한 거짓말은 종종 침묵 안에서 가장 큰 소리로 말해진다는 사실.

현재 미국 대통령인 Mr. Trump, 그도 늘 입에 달고 사는 말, 'fake news' [가짜 뉴스]. 가짜가 판을 치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어디 있겠소." 아예 김민기의 노랫말을 통채로 불러보랴?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어디 있겠소." 어쩌랴, 홀로 일어나 십자가를 메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을. Shalom!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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