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깻잎

2018-06-14 (목) 12:00:00 김주성(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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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여름이 왔다. 여름하면 바베큐의 계절이다. 미국에서 첫 여름 옆집 사람들이 그릴에 매일 핫도그와 햄버거 이 두가지만 주구장창 먹는 것을 보고 약간의 연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먹을 것이 별로 없구나....’ 더운 여름 이런저런 이유로 음식을 하기 싫을 때 바베큐는 훌륭한 메뉴이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고기를 많이 먹는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때 고기뿐만 아니라 각각의 채소와 반찬을 곁들여 먹는다. 대표적인 바베큐 채소로는 상추와 깻잎을 들 수 있다.

우리가 먹는 깻잎은 들깻잎으로 예전에는 들깨를 재배하는 동안 잎을 따먹었지만 요즘에는 종자를 개량하여 사시사철 깻잎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깻잎을 고기와 함께 먹으면 고기에 부족한 칼슘, 엽산, 비타민 등이 보충되어 영양적인 균형을 이루게 된다. 한국에 살 때 깻잎은 시골에 가야 볼 수 있었는데, 미국에 오니 한국 사람들이 마당에다 아니면 화분에다 깻잎, 오이, 상추, 한국 고추, 애호박 등 미국 마켓에서 잘 살 수 없는 채소들을 기르고 있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베란다에 화분을 사다가 토마토, 오이, 한국 고추, 애호박 등을 길러보았는데 채소를 먹지 않던 우리 큰 아이가 채소를 먹게 되었고 수확도 쏠쏠하고 재미가 좋았다. 미시간에 살 때, 교회 집사님이 모종을 길러 나눠주셔서 쉽게 채소들을 기를 수 있었다. 우리 남편은 깻잎을 좋아한다. 깻잎의 찐한 맛이 일품이란다. 그래서 나는 매해 깻잎을 길렀었다.


산호세로 이사오고 나서 모종을 얻을 수 없는 나는 호기롭게 내가 모종을 길러서 해봐야지 하면서 한국 마켓에 가서 씨를 사고 땅에 뿌려보았다. ‘이럴수가….. 싹이 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공부를 해보니 모종을 길러서 심어야지 잘 기를 수 있는 것이었다. 몇 번의 시도와 실패로 매년 여름을 보내다가 올해 또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채소를 잘 기르는 동네 아줌마 H에게 상추와 깻잎 씨를 받아서 강의를 듣고 집으로 돌아와서 해보았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괜찮은 듯 했는데 내가 방치한 사이 상추와 깻잎이 한순간 확 말라버렸다. 다시 남은 깻잎씨를 젖은 티슈 위에서 길러서 모종판에 옮겨 심었는데 이런… 너무 웃자라서 다 말라죽었다. 올해는 깻잎을 길러 따먹기는 힘들 거 같다. 내년에는 반드시 성공하리라.

<김주성(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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