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제는 사람 사는 이야기

2018-06-13 (수) 남상욱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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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경제부입니다.”

취재에 하면서 상대방에게 이처럼 소속을 밝히면 “아, 경제부요”라는 짧은 답변과 함께 “어떻게 그 어려운 부서에 있냐?”는 반문이 기자에게 돌아온다.

경제가 마치 ‘저 먼나라 남의 이야기’라는 부연 설명에서 현실과 경제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기자 역시 경제부로 발령을 받고나서 ‘그 어려운 경제 기사를 제대로 쓸 수 있을까’를 놓고 고민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경제는 골치 아프고 이해하기도 힘들다’는 편견을 가진 기자에게 당장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질문을 놓고 두렵기까지 했다.

그러던 중 오래 전 어느 한 선배의 말이 떠올랐다. “경제는 사람 관계를 다루는 도구다. 경제부 기자는 결국 사람 이야기를 쓸 수 밖에 없다”는 취지였다.

선배의 말을 기억하곤 경제가 우리 삶과 유리되면서 왜 어렵다고 생각하게 됐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경제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경제’란 용어는 ‘경세제민’(經世濟民)에서 유래됐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세상을 다스리고 국민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경제 정의는 사람의 일상사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경제임을 암시하고 있다.

경제란 사람을 위한 도구 또는 수단으로 말했던 선배의 해석은 어느 정도 유효한 셈이다.

경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용어로 가득 찬 ‘저 먼나라 이야기’로 일반인들에게 비치게 된 데에는 신문과 전문가들이 한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장하준 교수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그의 저서에서 “경제학의 95%는 상식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라고 비판한 것은 경제는 우리의 삶과 관계를 상식적인 수준으로 나타낼 때야 그 가치를 발휘한다는 뜻일게다.


그 안에 우리네 삶이 녹아들어가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이 오르면 당장 수입이 늘어 좋아하는 종업원이 있는 반면 고용주들은 비용이 늘어 힘들다며 원가를 올리고 종업원을 줄인다.

종업원들은 물가 인상과 해고에 한숨을 짓는다. 최저임금을 놓고 상반된 고용주와 종업원의 이야기가 있다. 최저임금이란 경제정책으로 벌어지는 주체가 우리인 경제 이야기 말이다.

오래 전 선배의 진심은 경제 기사는 이런 우리네 삶을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결국 경제는 먼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네 삶의 또 다른 버전인 셈이다.
그래서 경제부 기자가 시장과 길거리의 목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남상욱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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