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A 한인타운에서 길거리의 노숙자들을 안전한 시설로 옮기기 위한 LA 시정부의 ‘인사이드 세이프’ 활동이 진행됐다. LA시가 심각한 노숙자 문제 완화를 위한 1차적 대책으로 시행하고 있는 ‘인사이드 세이프’를 현장에서 직접 보니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많았다.
한인타운에서 통행량이 가장 많은 윌셔 블러버드 중간에 RFK 인스퍼레이션 공원이 있다. 공원 뒤쪽에는 로버트 F. 케네디(RFK) 커뮤니티 스쿨이 자리잡고 있으며, 길 반대쪽 6가를 중심으로 대형 한인 마켓과 유명 음식점 들이 즐비한 한인타운 최대 번화가다. 타인종들이 한인타운을 놀러올 때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런 지역 한쪽에 주민들을 위해 조성해 놓은 공원이 노숙자들에게 점령된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었다. 가끔 도보로 이 곳을 지나다보면 공원 주변에서는 지린내가 진동을 했고 넘쳐나는 쓰레기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철조망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학교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원에서는 노숙자들이 틀어놓은 시끄러운 음악과 고성방가가 이질적으로 버무려졌다.
아침 일찍부터 LA시 교통국(LADOT), 애니멀 서비스국, 위생국, 경찰국(LAPD), 노숙자서비스기관(LASHA), 공원국, 정신건강국 직원들이 이곳에 모였다. 그들은 먼저 노숙자들에게 인사이드 세이프의 취지를 설명하고 소지품을 모두 갖고 갈 수 있다고 안내했다.
노숙자들은 적극적이지 않았다. LASHA 직원들이 이전에 이미 이곳을 방문해 취지와 이동 과정을 설명하고 노숙자들의 동의를 얻었지만, 마치 몰랐던 일인 양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어린아이 대하듯 살살 달래며 호텔로 가자는 LA시 관계자들에게 대부분의 노숙자들은 조용히 수긍하며 따라 나섰지만, 일부 노숙자들은 거칠게 소리 지르며 반항하다 갑자기 자기들끼리 춤을 추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 이 같은 모습을 같이 지켜보고 있던 시장실의 관계자는 인사이드 세이프 프로그램은 자발적 참여를 가장 우선시하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이해되지만, 이들을 실내로 데리고 들어가기 위해 사용되는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날 결국 진행이 더뎌지며 2곳에서 인사이드 세이프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무산되고 1곳에서만 진행할 수 있었다.
LA 노숙자서비스기관(LASHA) 집계에 따르면 작년 1월 기준 LA 카운티 내 노숙자수는 7만5,518명, LA시 노숙자수는 4만6,260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많은 노숙자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인사이드’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그 한정된 공간에 노숙자들을 어르고 달래서 들여보내 봤자 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작년 말 캐런 배스 시장이 2023년 2만 1,000명 이상의 LA 노숙자가 실내로 이동했다고 발표했다. 노숙자들을 실내로 들이는 정책은 필요하고 훌륭하다. 그러나 숫자상으로 LA 시내 노숙자의 절반 정도가 실내로 이동했다지만 그 효과가 피부로 와 닿지 않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동네 우리 집 앞 노숙자들이 해결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차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이상 전체 수를 조절하는 게 먼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많은 인력이 의미 없는 시간을 써가며 노숙자들을 모실게 아니라 실내로 들어가는 것에 적극적인 노숙자들 위주로 실내로 옮기는 것이 궁극적으로 1명의 노숙자라도 노숙의 삶을 끝내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다. 공원에 진을 치던 노숙자들이 사라지고 원래 이랬어야 했던 공원은 제 모습을 찾게 됐다. 과연 이 평화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
황의경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