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헬스케어 혁신의 시작

2018-06-11 (월) 김장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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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혁신의 시작

김장원 공학박사

6월 초에 열린 NAACL(The North American Chapter of the Association for Computational Linguistics) 학회는 언어처리 분야를 이끄는 국제학회다. ‘Computational Linguistics’는 사람의 말소리와 언어를 컴퓨터로 분석하고 합성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를 말한다. 사람과 기계가 말로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하는데 필요한 핵심기술이 이 분야에 포함된다.

예를 들면, 아마존 알렉사, 구글 홈 등의 기기에서 사용자의 말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반응하는 데 쓰인다. 최근 사람과 기계의 의사소통이 점점 자연스러워지면서, NAACL의 인기는 날로 커지고 거대 IT 기업들의 후원도 많아지고 있다.

그 학회의 마지막 날 헬스케어 분야 워크숍이 열렸다. 헬스케어는 내 관심분야라서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나마 참석했다. 나는 펀딩이 충분한 지도교수와 회사를 만난 덕분에 이런저런 학회에 많이 다니는 편이지만, NAACL은 처음이었다. 언어처리를 하는 동료들에게 들은 바는 있어서 호기심이 컸다. 어쩌면 최신 트렌드를 배워서 회사 프로젝트에 활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워크숍의 분위기는 예상보다 좋았고, 기술적인 공부보다는 현실과 앞으로 열린 기회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배운 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아직은 헬스케어의 현실과 인공지능 엔지니어 간의 이해가 더 많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 말하자면, 인공지능을 통한 혁신이 필요한 부분, 혁신을 만들어낼 방법, 필요한 자원과 협력 방법 등에 대한 대화와 시도가 많이 필요하다.

이런 주제로 학계, 의료계, 회사, 정부기관 담당자가 패널 토론을 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인공지능 분야의 발표는 질병을 자동으로 진단하거나 측정하는 기술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정신과 의사는 진단 자체가 그들에게 불편하거나 어려운 점이 아니라는 것. 의사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오히려 잠정적 환자들이 문제를 인지하고 의료서비스를 찾아오는 일, 제한된 시간 내에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취합하는 일, 환자들이 본인의 처방을 어떻게 따르고 있는지 측정, 기록, 분석하는 일 등이었다.

나는 헬스케어 데이터를 모으고 관리하고 공유하는 서비스와 기술이 오늘날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구글이 의료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는 기사를 보았을 때 참 반가웠다. 그리고 혁신이 필요한 새로운 시장에서 인프라를 구축하고 선점하려는 접근이 참 빠르고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분야 최고 연구인력을 가진 회사가 방대한 의료 데이터에 접근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되면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내가 아는 회사들에 한정지어서 말하자면, 미국과 캐나다에 최근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지면서 이미 많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었다. 이미 많이 성장해서 사업을 잘 해나가는 회사들도 있다. 로봇, 모바일 앱, 웹, 보험, 메시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피부로 와 닿는 서비스는 별로 없지만 (혹은 내가 모르고 있지만),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은 시작되었고, 아직 갈 길은 멀고, 하지만 가야한다. 5년 뒤 아니 당장 내년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궁금하다.

<김장원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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