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nglish for the Soul] Spoiler Alert / 스포일러 주의

2018-06-09 (토) 12:00:00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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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iler Alert: You Die.
스포일러 경고: 당신 죽어요.

요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서 은근히 그리운 표현. 다름아닌 "Spoiler Alert!" 스포일러 경보! 스포일러 주의! 스포일러 경고! 또 무슨 일이? 또 무슨 말을? 저러다 또 어쩔려구. 차라리 누군가 "Spoiler Alert!"라도 슬쩍 힌트한다면 좋으련만.

북한 전체주의 사교(邪敎)집단 체제의 제2인자를 맞아, 대한민국 대통령보다 훨씬(!) 융숭한 대접을 베풀며 중구난방으로 쏟아낸 말들. 그동안 과감했던 막말들도 접겠다며, 은근(慇懃)~슬쩍 '종전 선언' 가능 운운 딴청. 미상불 노벨평화상으로 국내정치 추문들을 한방에 잡고, 11월 중간선거와 2020년 재선을 노리는 과정에서 북한 이슈를 계속 '레버리지'[leverage, 지렛대]로 쓰자는 수작?


워낙 이재(吏才)에 영민하고 돈줄 잘 타는 재간꾼? 게다가, 텔레비전 리얼리티 쇼 등을 통해 갈고/닦은 참모 운영 기술 또한 "거래의 기술" 위에 제대로 탑재한 바 있지 않던가. 나아가, 세상 권력을 보이지 않는 힘으로 움직이는 '그 힘'과의 결탁 또한 제법 궤도에 오른 터. 까짓, '로켓맨' 하나 쯤이야 가볍게 다룰 수 있지 않겠는가. 특히, 가장 위협받는 남쪽 분위기 또한 은근히 평화 무드라니, 과연 미국은 따로 잃을 게 별로 없잖은가. 못 이기는 척 부드럽게 협상해도 크게 대들 상대도 없는데, 그저 미국 실익이나 챙기며 꿩도 먹고 알도 먹는다?

미리 알 수 있다면, 트럼프 외교의 '스포일러'는 과연 뭘까? 영화나 소설의 주요 줄거리나 핵심 내용을 미리 알려 김을 빼는 사실/행위를 흔히 'spolier'하 하지요. 우리말 순화어론 '미리니름'이란 예쁜 말이 있군요. '이르다'의 중세 표현 '니르다'의 명사형 '니름'에 '미리'가 붙어 사뭇 멋진 우리말 번역이 나옵니다. 미리 니름에 김빼고 흥깨는 '스포일러'라도, 트/김 만남의 결말이 사뭇 궁금한 요즘.

65년 묵은 정전(停戰)/휴전(休戰) 상태가 트/김 간의 종전(終戰) 선언으로 쉽게 평화협정으로 치닫는 건 아니라 해도, 일단 트럼프로선 잃을 게 별로 없는 요식행위? 일단 '역사적 사건'으로 치부하며 노벨상을 움켜쥔다? 어차피 남북평화 무드에 빠진(?) 대한민국 민심 또한 딱히 반대하지 않을테고. 핵폐기 절차에 상응하는 경제원조 또한 미국은 빠지고 남한/일본 등에 떠맡길 거라고 공언하는 트럼트. 어차피, 윈윈[win-win] 상황?
그러다 진짜 주한미군 감축/철수 문제가 현실이 되고 여차저차 예정된(?) 수순에 따라 '우리끼리 하나되는' 그날이 온다? 먼훗날 사가(史家)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를 일이지만, 어쨌든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을 예의(銳意) 주시하자면 과연 '스포일러'급 사건들은 또 무엇이 될지 사뭇 궁금? '미리니름'으로 흥을 깨도 좋으니 사건의 종국을 조금 힌트하자면? 하긴 스포일러 중의 스포일러는 바로 이것: "Spoiler: God Wins!" 하나님이 이기세요!

Spoiler Alert: You Die.
스포일러 주의: 당신 죽어요.

하지만, 인생사에 있어 가장 크고 멋진 스포일러는 바로 이것: "Spolier Alert: You Die!" 자, 모두 '미리니름'에 주의하세요. 자, 미리 알려드립니다. 자칫 흥을 깨고 김을 뺄 수가 있어요. 그래도 너무 중요한 진실이니만큼 경고를 무릅쓰고 미리 알려드립니다. 여러분, 지금 다들 열심히 잘(?) 살고들 게시죠. 그런데 말입니다, 인생이라는 줄거리의 결말이 뭔지 아세요? 'sopiler'인 줄 알지만 워낙 중요한 거라 미리 니릅니다. 바로 여러분 모두 죽는다는 거에요.

그걸 누가 모르나? 누구나 다 아는 결말, 그런데 누구나 다 무시하고 사는 결말. "You Die!" 당신 [언젠가, 결국] 죽고 말아요. 그게 결론이라니까요. 트/김 외교회담의 스포일러에 일희일비 할 일이 아닙니다. 바로 너와 나의 삶 줄거리의 핵심 스포일러를 늘 잊지 않아야죠.

중세 수도사들의 인삿말이든가요.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 모리! 늘 죽음을 기억해야 진짜 ‘찐한’ 삶을 살 수 있다네요. 누구든 내일 죽는다면 오늘 이렇게 살고 있진 않을테니까 말입니다. Shalom!

<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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