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고단한 선생님
2018-06-02 (토) 12:00:00
양주옥(피아니스트)
어린 시절부터 우리 딸아이는 장래희망을 물으면 망설이지 않고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대학을 가면서 남들은 전공을 고민했지만 딸 아이는 고민도 하지 않고 선생님이 되는 길을 선택했으며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원하는 꿈을 이뤘다.
처음 선생님이 되어 행복해 하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수업 준비물들을 챙기고 우리 부부는 옆에서 거들어주며 매일 아이들과의 일상을 듣는 것만으로도 같이 즐거워지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벌써 6년, 그 사이 결혼을 했고 예쁜 딸도 낳았다. 예쁘고 젊은 선생님에서 이젠 서른을 갓 넘은 노련한 선생님이 되었는데 딸의 얼굴은 예전처럼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따로 살다 보니 자주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평생 다른 꿈을 가져보지 못했던 딸아이가 선생님으로 산다는 것이 많이 힘든 모양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고 시대가 변했다. 그렇다고 교육이 달라질 리는 없건만 정책이 바뀔 때마다 나라와 교육구에서 요구하는 건 많고 늘 꿈꿔왔던 선생님의 모습은 너무 작아져버렸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을 봐야 하니 휴식시간조차 제대로 가질 수 없다. 정작 가르치는 것이 좋았던 딸에게 가르치는 일은 선생님이 해야 하는 일들 중에서 아주 작은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수고한 대가는 다른 직업에 비해 너무 적고 집에 와서도 남은 일이 하나 가득이다.
너무 안쓰러워 다른 일을 찾아보면 어떠냐고 해 봤지만 막상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슬프단다. 정말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직업이고 우리 아이는 그 일을 참 사랑하고 있구나 느껴졌다.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보여지는 모습보다 보이지 않게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 줄 몰랐다. 세상에 많은 인재를 키우고 훌륭한 인격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그로 인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좋아지는 것도 교육 때문이라는 건 알면서 아이들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선생님도 함께 행복한 세상이 되면 안되는 걸까?
오늘도 우리 딸은 지친 몸으로 데이 케어에 맡겨진 자기 딸아이를 데리러 발길을 돌린다. 한참 재롱이 늘어가는데도 정작 자기 아이에게 줄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은 우리 딸이 안쓰럽고 맘이 아프다.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렸던 어린 딸과 즐거운 저녁을 보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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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옥(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