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글] Starbucks와 핸드백
2018-06-01 (금) 07:33:11
방무심 / 프리몬트
며칠 전에 한국에서 LA 딸네 집에 왔던 큰 동서가 오랜만에 우리 집을 오게 되었다. 반가운 전화를 받고 집 안 청소할 생각을 하니 바삐 움직여야 했다. 오랜만에 차 안도 배큠 하고 세차도 해 놓았다. 깔끔히 청소하며 사는 생활은 나하고는 먼 일 이기에 오랜만에 집 안팎을 쓸고 닦으며 이틀을 보냈다. 찌든 유리창이며 갈대만큼 자란 풀을 깎으며 평시에 느긋한 생활로 인해 뒤늦게 게으름의 벌을 호되게 받았다. 이 지역 유명한 곳은 예전에 보았고, 이틀간의 짧은 방문이니 해프문 베이에 있는 '프리스마'로 산행을 하기로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스타벅스에 들렀다. 갈 길이 멀기에 서둘러 뜨거운 컵을 들고 네 사람은 목적지로 출발했다.
날씨는 흐렸지만, 큰동서, 처형과 함께 가는 길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쭉쭉 뻗은 나무 속을 거닐 생각에 들떠 있었다. 해안가에서 좌측으로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뒷좌석의 처형은 핸드백이 없다고 한다. 나는 급히 차를 길가에 세워놓고 샅샅이 뒤졌으나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낭패가 있나! 처형은 생전 처음의 일이라고 멍하니 있다. (직접 이야기는 안 했지만, 뜨거운 커피를 차 안에 엎지를 수 있음을 생각하며 백은 잊고 컵을 조심히 들고나온 듯하다) 동서는 경찰서에 분실 신고하고 영사관에서 여권 재발급받자고 제안을 한다. 그 모습이 인생사에 도가 통하신 분 같고 아마도 보통사람 같으면 부인에게 큰소리를 낼 뻔한 상황이지 않은가.
스타벅스에 전화하니 산에 막혀서인지 연결이 수월치 않다. 다행히 아들 녀석 회사에 연결이 되어 자초지종을 말하고 코앞에 둔 목적지를 앞두고 차를 돌렸다. 십 분 정도 후에 전화가 왔다. 그곳에서 무슨 색의 백이고 무엇이 들어있나를 물어보았다고 해서 알려주고 기다렸다. 갑자기 찾을 수가 있는 기대지수가 올라간다. 그때 처형의 마음은 조마조마한 심정이었으리라! 드디어 잠시 후 기쁜 소식이 왔다. 잘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는 소식에 차 안은 환호성이다. 30여 분 동안의 마음 졸임! 만약에 잃어버렸다면 여권이 제일 큰 문제이고 동서의 값나가는 보청기 또한 얼마나 속상한 일일까 싶은 게 천만다행이다.
스타벅스는 대개 젊은 층이 PC를 앞에 놓고 열심히 자기 일에 열중하는 분위기라 찾을 희망이 있겠다 하고 내심 기대를 했었지만 만약을 위해서 말할 수는 없었다. 드디어 저편에 빌딩이 보인다. 성급히 들어와 이야기하니 역시 백의 색깔과 그 안에 내용물을 물어보더니 내어준다. 본인이 화장실 갔다 오다가 빈 테이블 의자에 있는 것을 들여놓았다 한다. 아이고! 마리아! 고맙다 냉큼 사례하려 하니 정중하게 거절한다. 요즈음 그렇지 않아도 화장실 사건으로 시끄러워 직원 교육을 받는다던데... 얼른 알아차리고 대단히 고맙다고 말하며 나왔다.
아침에 찌푸렸던 하늘이 맑아지며 가슴이 탁 트여온다. 처형! 집 부근에 월남 국수 잘 하는 데 있는 데 가시지요. 네 사람은 따듯한 국물로 불안했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동네에 있는 호숫가를 돌아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나에게 불안과 초조함을 느꼈던 멀고도 길었던 하루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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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무심 / 프리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