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내 친구

2018-05-24 (목) 12:00:00 김주성(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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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 중 하나는 친구다. 본의 아니게 미국의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살게 되었는데, 친한 친구가 생길 만하면 떠나고 또 생길 만하면 떠나고…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친구들과 만나서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도 하고 쓸데없는 수다도 떨고 그러면서 힘이 생긴다. 안타깝게도 지금 내 주위에 이런 친구들이 없다. 그래서 더욱 한국에 있는 내 친구들이 생각난다.

초중고를 같이 다닌 친구 N은 마음이 착하고 배려심도 많아서 그 오랜 시간을 함께했지만, 한번도 싸운 적이 없다. N과는 초중고 내내 등하교도 같이 하고, 목욕탕도 같이 가고, 시험이 끝나면 교보문고 가서 책 보고 근처 우동집에서 우동 한그릇씩 먹곤 했었다. 중학교 때 우리집이 어려웠을 때, N은 아무 말 없이 내 옆에서 나와 함께한 친구였다. 중고등학교 친구인 S와 H는 암흑과 같던 고등학교 시절을 힘들지 않고 덤덤히 보낼 수 있게 해준 친구들이었다.


대학교 친구인 J와 E는 같은 과 친구로 독사(독서사랑회)라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학회를 같이 했었다. 그때 우리는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에 만나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그 답을 찾아 가면서 각자의 삶의 무게를 나눌 수 있었다. 우연히 친구가 된 C는 내가 투덜대고 내 속에 있는 생각과 의문을 두서없이 길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으면 그 이야기를 다 듣고 의외의 답과 결론을 내려주었지만 항상 내 편을 들어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C에게 유독 내 속에 있는 말들을 쏟아 내었는지 모르겠다.

교회 친구인 L, S, B는 어려서부터 볼 꼴 못 볼 꼴 다 보고 자라서, 같이 잘 놀기도 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발벗고 도와주고, 서로 의지하는 가족과 같은 친구들이다. 같은 미국 땅에 있는 L은 먼 곳에 있어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기쁘고 힘들고 화날 때 전화로라도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이다. S와 B는 미국에 시집 온 나를 대신해서 우리 부모님을 챙겨주고, 소설책이나 좋아하는 가수의 CD 등의 귀찮은 일들을 부탁하면 다른 것까지 사서 보내는 그런 고마운 친구들이다.

나의 친구들에게 “어떤 말로 내 맘 전할 수 있을까...지금 아니면 영원히 못할 것만 같아, 그 오랜 시간 정말 고마웠어요…”(토이 6집 YOU, 2007)

<김주성(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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