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잊혀진 감사
2018-05-19 (토) 12:00:00
양주옥(피아니스트)
지난 봄방학 때 친정 이모님들과 이모부님이 우리 집을 방문하셨다. 미국에 이민 온 지 거의 이십 년이 다 되어가는데 통화를 할 때마다 한번 가야지 말씀뿐 엄두를 못 내셨던 분들이 이모부 칠순을 기념해서 큰 맘먹고 오신다니 정말 큰 일을 내신 거다.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여행사를 통해 구경을 하셨는데 시차도 있으니 많이 힘드셨을 거다. 차만 타면 졸고 내리면 구경하고 하셨단다. 아무리 서부만 둘러본다 해도 분명 힘든 일정이셨을 텐데도 관광을 마치고 만난 이모와 이모부 얼굴엔 힘든 기색이 전혀 없었다. 식구를 만난다는 기쁨과 함께 지내고 보게 될 것들에 대한 설렘 때문이었을까? 이분들은 내게 이곳은 공기가 너무 좋더라, 사람들이 친절하더라, 신기한 것들이 많더라, 아름다운 곳들이 많더라, 너는 좋은 곳에 살아서 참 좋겠다…… 시종일관 칭찬이 끊이지 않으셨다. 집에 도착해서는 우리 집 뒷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야채와 고기를 구워 먹었을 뿐인데 모두들 너무 행복해하셨다.
며칠 머무시는 동안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함께 했고 주일 예배를 마치고는 샌프란시스코 관광을 하셨다. 커피를 사들고 바닷가를 함께 걸으면서도 이 순간이 믿겨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바닷가에선 수영하는 아이들, 개들과 공을 던지며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평범한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하셨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아쉬워하시며 일주일을 계시다가 다음에 또 보자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는 돌아가셨다. 그리고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났다.
미국에 오셨는데 나는 이곳에 살고 있고 신선한 공기를 늘 마시고 있다. 내 이웃들이 그렇게 친절하고 신사적이었는데 난 그런 모습에 무심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베이 지역에 살면서 어쩜 이렇게 감사를 잊고 살았을까?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복을 누리고 있으니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다.
기다림에 비하면 만남이 너무 짧아서 벌써 그립지만 덕분에 난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을 가질 수 있어서 감사했다. 이분들이 아니었다면 나의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지 깨달을 수 있었을까? 이젠 숨쉬는 매 순간 감사하기를 다짐해본다.
<
양주옥(피아니스트)>